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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에 있는 SLC 물류센터에서 21일 큰불이 나 노동자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난 4월29일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사고’가 난 지 불과 83일 만이다. 석달도 안돼 유사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노동자가 귀한 목숨을 속수무책으로 잃는 사고를 언제까지 겪어야 할지 참담하다.

이날 화재는 냉동식품을 화물차에 싣는 작업이 이뤄지던 건물 지하 4층 저온창고에서 발생했다. 화물차 근처에서 갑자기 ‘꽝’ 하는 폭발음이 난 뒤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아 지상 4층 건물 꼭대기까지 삽시간에 퍼졌다. 사망자는 모두 지하 4층에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불길과 연기에 막혀 미처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인 데다 가연성 자재와 물건들이 다량 쌓여 있는 물류센터 건물의 대형 화재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저온을 유지하는 창고에는 단열재가 많이 쓰이는데, 이 단열재에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와 연기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물류창고가 완성돼 가동되고 있는 터라 공사 중 우레탄폼에 튄 용접 불티가 원인이었던 4월 이천 화재와 당장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류센터가 화재에 취약하고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 우려가 큰 시설이라는 점은 같다.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점검과 교육·훈련이 충실히 이뤄지고 현장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피공간 확보 등 사후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가 아니었는지 가려야 한다.

정부는 이천 참사 이후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내놓았다. 공사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위험작업 관리·감독을 촘촘히 하며,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노동안전 경각심을 높이도록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도내 대형 공사장 소방 점검에서 105곳이 법령 위반으로 적발됐다. 정부가 때마다 수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현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실효성 있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런 후진적인 산업재해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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