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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시론]ESG와 시민사회

opinionX 2021. 5. 3. 09:47

빌 게이츠는 우리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 510억t을 0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웃도어 회사인 파타고니아는 ‘지속 가능성’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지구를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이다. 미국의 대기업 협의체인 BRT는 2019년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주주를 위한 눈앞의 이윤만 추구하지 않고 근로자와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근본적 책무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주주 자본주의의 종식, 포용적 자본주의로의 전환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비즈니스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 기업 중에는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도모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고친 사례도 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세계는 ESG로 뜨겁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인 ESG는 투자와 금융에서 시작하여 시장과 기업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가치 또는 지속 가능성에 결정적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ESG는 기업과 시민사회의 관계도 바꾸고 있다. 영리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비영리기관이 소셜벤처와 같은 영리활동을 하면서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ESG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기반한 흐름이고 시민사회도 이해관계자 중 하나이므로 기업이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기업이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기업과 시민사회의 파트너십도 중요해지고 있다. 인권 경영을 위해 시민단체의 조력을 받거나, 환경 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태계로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기업이 정부, 시민단체와 파트너십을 만들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참여(Community Involvement),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Impact Business),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Impact Investing)라는 영역도 만들어지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향한 관심
시장과 기업까지 변화의 물결
사회문제 해결 나서는 기업들
시민사회와 협력 새 관계 설정
자본주의 위기 대처 ‘희망’으로

예를 들어 시스코는 180개국에 1만개가 넘는 기술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유엔과 비정부기구(NGO), 대학과 협력해 만든 시스코 네트워킹 아카데미는 저개발국가에 기술교육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저개발국가 주민들은 일자리를 얻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활동은 시스코가 진출하는 지역의 전문인력을 키워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 테스코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빈민가에 신선한 야채와 음식을 파는 매장을 만들었다. 음식사막의 오아시스라고 평가받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테스코는 빈민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비즈니스의 기회도 만들었다. SK그룹은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문제’를 해결하자는 ‘행복 얼라이언스’를 만들었다. 포스코는 저출산 문제 해법을 위한 롤모델 제시를 중요한 기업시민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자원 선순환을 위한 캠페인과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과거 기업은 환경과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라 여겨졌고, 시민사회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었다. 기업과 시민사회는 서로 거리를 두었다. ESG 시대에서는 기업과 시민사회의 관계도 바뀌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는 기업을 견제하고 기업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기업이 환경 또는 사회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외형만 만들어 위장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ESG 워싱을 시민사회는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제와 함께 협력도 요구된다. 시민사회는 기업이 ESG를 잘 구현하도록 돕고, 기업과 함께 환경·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지구는 기후변화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양극화와 고령화, 저출산 등은 우리의 미래를 암담하게 한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도 국제화된 지구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정부와 NGO의 영역이었던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가장 많은 부를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ESG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처방식이기도 하다. 과연 ESG는 자본주의를 바꿀 수 있을까? 기업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기업과 시민사회의 새로운 관계에서 그 희망을 본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ESG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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