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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 야, 너희집 아이는 특목고, 자사고 보내놓고 왜 다른 집 애들은 못 가게 해? 조선일보 사설 보니까 ‘배가 아파서’라던데? 다른 사람들이 못 올라오게 사다리 걷어차는 거 아냐? 

읍읍 : 사다리 안 없어졌는데요? 서울대 3000명, 연고대 8000명, 의대 3000명 입학정원 그대로인데요? 사다리의 구조나 배치가 바뀌는 거지 사다리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만일 자사고, 특목고 다 없어지면 사다리 올라가는 비용은 줄어요. 대입 사교육비는 그대로라 할지라도 고입 사교육비는 없어지니까(사다리 불변의 법칙).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파 : 어쨌든 자사고, 특목고 반대하면 자기 아이는 보내지 말아야지! 사람이 도덕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할 거 아냐? 여기서는 이랬다 저기서는 저랬다 하니까 사람들이 진정성을 의심하는 거지, 이 ‘강남 좌파’야. 

읍읍 : 제가 언제 자사고, 특목고가 부도덕하니까 없애자고 했어요? 그런 학교가 많이 있는 고등학교 생태계가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니까 바꾸자는 거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의 문제라니까요(도덕적 기준과 기능적 기준의 구분).

좌파 : 아항~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기능적 문제라고? 참 편리한 사고방식 갖고 계시네, 이 ‘강남 좌파’야. 너 학벌주의 반대한다면서? 그런데 네 아이는 학벌을 위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잖아! 그러니까 도덕적으로 일관성 없는 거 맞네! 

읍읍 : 아니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간 게 왜 학벌주의지? 

좌파 : 어라 ‘좋은’ 대학? 너 이제 보니 학벌주의자 맞구나. 서울대를 최고로 치는 학벌병 환자!

읍읍 : 학생 1인당 투입하는 교육비 통계를 보세요. 서울대는 4334만원, 연세대는 3024만원, 한양대는 2138만원, 중앙대는 1504만원. 이뿐만 아니라 학생 대 교수 비율도 서울대-연고대-서성한-중경외시 서열대로예요. 그러니까 서울대가 제일 ‘좋은’ 대학이잖아요(대학 서열의 물질적 근거). 

좌파 : 그래도 서울대 졸업하면 사람들이 알아주잖아! 실제 실력보다 프리미엄 붙고. 선후배 동문 끼리끼리 뭉쳐서 패악질하고. 

읍읍 :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 그러면 패악질 안 하면 되잖아요? 

우파 : 네 논리대로면 부동산 투기한 고위공직자들도 다 봐줘야겠네? 법은 지키면서 투기했으니까 봐달라는 누구누구하고 네가 뭐가 달라? 

읍읍 : 내가 언제 법만 지키면 된다고 했나?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땅 투기나 주택 투기가 부도덕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렇다고 할걸요. 그러니까 청문회 때 문제가 되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한테 자사고, 특목고나 명문대 가려고 노력하는 게 부도덕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아니라고 할걸요(대중의 도덕 관념에서 부동산과 교육의 차이).

좌파 : 사람들은 1점 차이로 갈라서 합격·불합격을 나누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교육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어! 능력주의는 배제와 차별을 일으키는 기제라고. 

읍읍 : 아니 변별 때문에 경쟁이 생기나? 경쟁은 ‘변별’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격차’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대학들 사이에 격차가 크니까 그만큼 경쟁이 격렬해지는 거죠. 또 그래서 날카로운 변별력이 요구되는 거고(경쟁의 원인에 대한 이해).

좌파 : 천박한 능력주의자 같으니라고. 시험으로 능력 측정해서 사람들을 갈라놓는 차별주의자! 

우파 : 아니 이 무식한 평등주의자야, 능력주의의 반대말이 뭔지 알아? 엽관제(spoils system)야. 자기하고 친하거나 돈 찔러준 사람 막 자리에 앉히는 거. 능력주의가 얼마나 공정하고 좋은 건데? 

읍읍 : 능력주의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능력 측정의 잣대가 별로 합당하지 않다든가, 선발의 결과 나타나는 격차가 너무 커서 문제인 거죠. 공무원 시험 문항들이 공무원으로서의 소양을 측정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 보여요. 공무원 되려고 몰리는 이유는 되고 못 되고에 따른 격차가 크기 때문인 거고. 이런 것들을 고쳐야지요. 이런 말 하니까 꼭 내가 우파 같네(시험 및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의 문제점). 

우파 : 우파는 무슨 우파? 격차를 줄이자고? 이게 줄어?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나는 거는 자연법칙이고 인간 본성이야,

좌파 : 무슨 소리? 차이가 차별을 일으키는 거야, 차별을 막으려면 차이를 일으키는 행위에 동참해서는 안돼. 

읍읍 : 그러면 차별을 일으키지 않는 차이는 어디부터인가요? 

좌파 : 하여튼 서울대는 안돼. 최고 학벌의 상징이잖아. 

읍읍 : 그러면 연고대는? 

좌파 : 연고대도… 서성한도 곤란해!

읍읍 : 그럼 중경외시? 동건홍숙?… 아니면 혹시… 지잡 읍읍?

<이범 |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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