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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기지 여러 곳이 ‘발암물질 범벅’인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5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모린 설리번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의 보고서(2018년 3월 작성)에 따르면 주한 미군기지 5곳의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최대 15배 초과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등 과불화 화합물은 발암물질이다. 이런 유해물질이 미군기지 가운데 대구와 경북의 2곳, 의정부 2곳, 군산 1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이다. 주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관리실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에 있는 캠프 스탠리 주한 미군기지의 문이 15일 굳게 닫혀 있다. 김기남 기자

그동안 국내 미군기지의 환경문제는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유류 관련 오염이 대부분이었다. 미군기지 주변 토지와 지하수 오염이 기지 내 기름유출 사고로 다뤄졌기 때문에 과불화 화합물 오염은 생각지도 않았다. 미군기지가 또 다른 유독화학물질로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총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과불화 화합물의 유해성은 끔찍하다. 태아와 어린이의 발달지연, 콜레스테롤 증가, 전립선·신장·고환암 등과 관련성이 있다고 한다. 이런 경고는 미 국방부 스스로가 밝힌 위험성이다. 더구나 과불화 화합물은 자연은 물론 인체 내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잔류해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고 한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 추정물질로 분리하고 있다. 또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국제협약인 스톡홀름협약은 PFOS와 PFOA의 제조·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출처:경향신문DB)

이번에 유해물질이 발견된 미군기지들은 미군이 사용 중이다. 미군기지 내 과불화 화합물 오염도가 높은 이유는 이 물질이 포함된 소방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방장비 사용이 계속되는 한 발암물질의 배출은 중단되지 않는 것이다. 비가 올 때마다 미군기지의 유해물질이 스며들어 기지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한 미군기지 내 기준치 이상의 과불화 화합물 검출은 미 국방부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온 것이다. 스스로 환경오염 실태를 밝힌 만큼 왜곡이나 축소는 있을 수 없다. 미국은 미군기지 내 과불화 화합물 오염 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미군기지 인근 지역의 지하수 오염실태를 정밀조사하고 주민건강 영향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피해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차제에 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주한 미군기지라 해도 땅을 빌려주고 오염 뒤처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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