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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아마겟돈의 한 장면과 같았다”고 증언할 만큼 거대한 화마가 호주 대륙을 휩쓸던 시간. LA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영화 <조커>로 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는 남다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축산업과 기후변화 문제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행사 식단을 모두 채식으로 준비해주신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감사한다.” “또한 오늘 많은 분들이 호주 산불을 걱정하는데, 위기의식과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행사를 위해 전용기를 타고 오는 행동은 하지 말자.”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 영화 '조커'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방송을 본 후 기사를 찾아봤다. 오랜 시간 채식운동을 해온 그가 직접 주최 측인 HFPA에 제안한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트럼프 정권에 소신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트위터를 통해 감사를 표했는데, 그 역시 2016년 아카데미에서 주연상을 수상할 때 환경문제를 언급했었다. 디캐프리오의 자동차 3대는 모두 전기차이거나 하이브리드 기종이고,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에코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배우 제인 폰다도 최근 ‘금요일마다 체포되는 사람’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가 이끄는 기후변화 관련 시위를 매주 금요일 워싱턴 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고 경찰에 잡혀가기를 반복해서다. “82세는 감옥 가기 딱 좋은 나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의 곁에 많은 유명인이 함께했다. 호아킨 피닉스도 참가해 체포되었다.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가축사육이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이며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의 총 배출비율보다 많으므로, 세계인이 10~15년 정도만 채식을 한다면 지구 평균온도를 다시 안정화할 수 있다고 한다. 

심란해진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배송상품은 자제하고, 가까운 매장이나 재래시장에 가서 내 장바구니에 담아 걸어온다. 차도 없애고 대중교통만 이용한 지도 오래다. 내 돈 주고 묵는 여행지 숙소의 전기와 수도도 아끼고, 며칠 묵을 때도 매일 수건과 시트를 갈지도 않고, 세면도구도 반드시 챙겨 일회용품도 낭비하지 않는다. 남은 음식은 싸오고, 내 몸 하나 가꾸고 안락하자고 하는 행위가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도 절제한다. 그런데 이제 가끔씩 즐기는 식도락의 소소한 행복마저 포기할 때가 온 것일까. 경제는 괜찮은 걸까.   

산불이 휩쓸고 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버종 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불에 탄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이 조금 안 남았다고 경고한다. 불지옥이 된 호주는 2016년 비영리 단체들로부터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기후 악당 4개국’ 중 한 곳으로 지목되었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 호주는 기후자살을 하고 있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인과응보라는 이야기다. 한국 역시 기후 악당국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기후 문제가 특히 안타까운 것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고위도의 일부 선진국들은 적정 온도대에 진입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반면, 열대 쪽의 저개발국들은 더욱 빈곤에 빠진다는 점 때문이다. 환경 파괴의 주범보다 피해자들이 설상가상의 고통을 치르는 아이러니에 죄책감이 든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한 집에서 산다. 삶은 불공평하지만 파국은 냉혹하게 공평할 것이다. 환경 운동가인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말한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어요.” 불타는 지구에서 뛰어내릴 곳은 없다. 당신이 재벌이든, 팍스 아메리카나의 대통령이든.

<박선화 마음탐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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