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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기고]멈춰야 할 때

opinionX 2020. 1. 28. 10:55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중동 지역의 현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는 역사적 대변동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에 트라우마를 남겼으며, 그 영향이 어떻게 현재까지 미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해 놓았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동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사람보다 ‘난민’ ‘테러’ 보도의 영향으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을 보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가보지도 않은 국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일까. 중동 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상상에 지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와, 그 지배적인 상상이 만연해 분열과 혐오로 번지게 된 과정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중동의 난민 문제와 남북 통일 문제엔 교집합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대상에 대한 무관심에 따른 무지, 배타적 태도로 생긴 차별과 혐오다. 이는 북한을 바라보는 프레임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남한이 북한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할 것이라 간주하며 통일은 남한에 손해라는 부정적 태도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분명 북한에도 우리와 협업 가능한 강점이 존재할 텐데 말이다. 북한은 한국전쟁 후 빠른 복구를 이루었다. 북한 당국의 경제계획에 따른 인민 결집과 일제강점기 대륙 침공을 위한 철도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기에 일시적이지만 남한보다 앞섰던 때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패한 국가 프레임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이러한 비언어적 또는 언어적 반응을 마주할 때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통일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막막함이 느껴진다.

리더의 훌륭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깨어 있는, 행동으로 실천하려는 국민들이 없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통일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확고한 의지가 동·서독의 통일을 만들어 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편향된 혹은 얕은 정보만 갖고 일반화하는 태도는 국가는 물론 개인의 성장에도 유익하지 않다. 우리 안에 자리 잡은 불편한 감정은 어디에서 스며든 것인지, 혹시 부정적 여론 확산에 동화되어 생긴 감정은 아닌지, 우리를 이기적으로 만드는 사회구조 탓은 아닌지, 그런 정보가 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원초적인 공포 때문은 아닌지. 기존에 갖고 있던, 어쩌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생각을 멈추고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가 진정 혐오해야 할 대상은 중동도 북한도 아닌 우리를 배타적으로 만든 사회적 병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혹시 중동 난민은 싫지만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해외 아동에게 매월 기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북한 이탈주민은 싫지만 경제 강국을 위해 통일은 찬성한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평화의 발신국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수주의 정책이 확산하는 지금,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갈등과 반목, 혐오를 극복해 세계시민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금초롱 |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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