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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경북대 교수·사회학


 

주지하다시피 지금 유로존은 그리스로 인해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그런데 유로존 위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다소 안이한 시각이다. 과연 그리스 사태가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첫째, 세계화 때문이다. 이제 전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경제영역은 발군이다. 비록 그리스가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이번 위기로 전 세계가 떨고 있는 것은 바로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세계화 때문이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촘촘히 연결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존재감이 미미한 나라라 할지라도 까딱 잘못될 경우 그것이 주는 파괴력은 실로 지대하다. 이는 도미노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더군다나 세계화의 선두주자 노릇을 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따라서 그리스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반정부 시위 참석자들이 긴급세금통지서 사본을 태우고 있다. (경향신문DB)



 둘째,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의 농간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의 원인으로 흔히 부채문제가 먼저 거론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현 사태는 바로 그리스가 단일 통화인 유로를 쓰는 유로존에 무리하게 가입하면서 비롯되었다. 1981년 유럽연합(EU) 가입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유로존 진입을 염원하던 그리스는 마침내 2001년 유로존에 입성한다. 그런데 여기에 흑막이 있었다. 가입 요건을 절대로 충족시킬 수 없었던 그리스를 골드만삭스가 분식회계를 통해 그 요건을 갖춘 것으로 둔갑시켜 주었다. 대신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국채 매각과 관련한 수수료와 공항 및 고속도로 사용료 등을 넘겨받았다. 


이때 골드만삭스가 동원한 것이 바로 파생금융상품이다. 자력으로 국력을 키우기보다는 손쉽게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 외양만을 키움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들었던 그리스 위정자들의 구미에 딱 들어맞았던 것이 바로 골드만삭스의 파생금융상품이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그리스를 돕는 척하다가, 다른 한편으론 그리스가 부도를 내는 쪽에 내기를 거는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해 팔고 사는 파렴치한 행각을 벌였다. 그 파생금융상품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 금융감독기관은 첨단금융상품으로 환영해 마지않고 있으며 일반인들은 대박의 호기로 알고 뛰어들고 있다. 참고로 3년 연속 파생금융상품 거래량 1위를 한 곳이 대한민국이다. 이를 놓고 볼 때 어찌 그리스가 남의 나라 일로 보일 수 있을까?


셋째, 부동산 거품 때문이다. 유로존 가입으로 그리스 국민들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처음엔 희희낙락했다. 잘사는 나라와 동일한 통화를 사용함으로써 그와 같은 체급으로 인정받은 그리스는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고, 그 돈은 또다시 싼 이자로 일반 대중에게 대출되었다. 그렇게 시중에 풀린 돈은 한탕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는 마땅한 투기처로 보이는 부동산에 흘러들게 되었다. 왜냐하면 유로존의 부자 나라 국민들이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의 그리스 같은 나라의 값싼 부동산을 사들여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블룸버그는 유럽에서 부동산 거품이 심하게 생긴 대표적 국가로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를 꼽았다. 결국 거품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갑자기 꺼지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현재의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의 위기를 잉태했다. 이는 부동산 거품의 대명사라고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는 대한민국과 직결돼 있다.


이래저래 그리스의 위기는 대한민국과 깊이 연결돼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늘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와도 눈치채지 못한 어리석음을 수도 없이 범했다. 임진왜란도 그랬고 일제강점도 그랬고 6·25전쟁도 그랬다. 외환위기나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닥치고서야 실감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어리석음을 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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