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증가폭이 무섭다. 지난 18일 31번째 확진자 발생으로 대구·경북 지역감염 양상을 띠었고, 20일 하루 확진자 100명 돌파 이후 세 자릿수의 확진자 증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하루 144명이던 추가 확진자 수는 26일 284명으로, 27일엔 500명을 돌파했다. 26일 1000명을 넘은 전체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2000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중국 우한 사례를 볼 때 한동안 확진자 수 급증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국적인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방역체계의 전환이 시급하다. 당장 병실대란, 의료대란이 발등의 불이다. 27일 대구에선 병상이 없어 집에서 입원대기하던 70대 확진자가 숨졌다. 신천지 교인 전..
세계화가 새로운 초국적 협치체제를 만들 거라는 주장이 한동안 유행했다. 절대주권을 가진 국가가 명확하게 구획된 영토 안에 사는 자국민을 통치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섣부른 주장도 나왔다. 영토의 경계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사회적 삶이 그러한 주장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었다. 이주의 지구화, 기업의 초국적 활동,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가능해진 초국적 공론장, 온난화와 같은 지구적 환경문제, 초국적 테러리즘 등이 그러한 예다. 낙관적 전망과 달리 아직 이에 대처하기 위한 초국적 협치체제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그러는 사이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초국적 재난이 주기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이번 전 세계의 문제가 된 코로나19도 그러한 재난의 하나다. 초국적 협치체제가 부실한 틈을 타..
한때 잡힐 것 같던 코로나19 감염병이 2월19일경부터 빠르게 확산되더니 열흘 만에 매우 긴장된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 추적에 성공적인 편이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최선을 다하고 운도 따라준다면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예방의학자는 방송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방역당국이 그만큼 잘 찾아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지나친 공포는 금물이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파악되지 않은 감염원에서 다발적이고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환자가 초기 증상을 스스로 느끼기 힘든 시점에도 감염력이 높다고 하니 늘어나는 발병국가들에서 입국할지 모르는 감염자 외에도 지금 대규모로 입국하고 있는 중국 ..
“야야, 여기는 엉망이다.” 엊그제 경상북도에 있는 고향집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또 발생했다길래 통화한 어머니의 첫마디다. 주변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웬만해선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동네 분위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어머니는 통화를 끝낼 즈음 “마스크는 꼭 쓰고 다녀라”라고 신신당부했다.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경향신문 편집국 회의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얼굴을 반쯤 가리고 얘기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2m 내에서 접촉한 사람을 ‘접촉자’로 분류한다. 마스크는 그 거리를 좁히는 방법이다. 불편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기본적 예방수칙임을 이해한다.감염병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
방위비 분담 압박은 미국이 이제 더 이상 혈맹이나 우방이 아닌 부자가 빈자의 고혈을 짜내는 약육강식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한·미국방장관회의에서 다뤄질 예상 내용으로 방위비 분담금 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발사대의 추가·전진배치에 관한 논란으로 부상했다.지난 화요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대응 신뢰도가 59%란다. 2016년과 2017년 OECD 발표 우리나라 정부신뢰도가 24%였으니 지금 국민이 정부에 보내는 지지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당시 정부가 발표하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던 때였다. 사드기지 논란이 극에 달한 시점도 이 정부 불신 시기이다.당시 사드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성주와..
1월20일, 한국에서 첫 확진자 발생. 2월11일, 청도대남병원 정신의학과 폐쇄병동 환자 102명 중 40여명의 발열 증상에도 코로나19 검사 하지 않음. 병원 밖 31번 환자 발생 소식에 18일 무작위로 2명만 검사. 19일 폐쇄병동 환자 ㄱ씨(63·무연고자) 사망(사후확진, 국내 첫 사망자). 20년 넘게 시설에 갇혀 산 체중 42㎏의 그는 사망 직후 장례 없이 화장. 같은 병동 두 번째 사망자 ㄴ씨(55·여)는, 치료를 위해 10년 넘게 갇혔던 병동을 나서며 “바깥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돌아오지 못함. 27일 현재 폐쇄병동 환자 102명 중 101명 감염, 7명 사망. 장애인과 노인 등 집단수용시설에 대해 보건당국은 봉쇄와 감금을 핵심으로 하..
당사자들은 절박했다. 그제 국가인권위원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구제조치를 요구했다. 폐쇄병동에서 집단 격리, 집단 치료는 곤란하다는 거다. 시설 수용자도 다른 환자들처럼 안전한 치료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거다. 상황은 엄중하고 요구는 절박했지만 인권위는 아직까지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건강권’에 대한 중요한 현안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은 많았지만 인권위는 능동적 대처, 원활한 해결과는 거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를 빌리면 “침체하고 존재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는 건, 인권위가 뭔가 해줄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긴급구제조치 권고를 통해 수용자의 구금 또는 수용 장소의..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일본변호사연합회(이하 일변연)는 2010년부터 위안부, 강제징용 등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교류해 왔고, 매년 양국을 오가며 간담회를 개최해 왔다. 지난해에는 대법원의 2018년 강제징용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일변연 내부 사정으로 간담회가 열리지 못했고, 2년 만인 2020년 2월10일 도쿄 일본변호사회관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일본 변호사 중에는 30년 이상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백발의 변호사는 물론 최근 일본 내 ‘혐오발언’을 계기로 양국의 과거사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젊은 변호사들도 있었다.이와 관련해 일본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일제 피해자들의 일본국,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