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이 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들은 불안해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그러자 정부는 여러 정책을 쏟아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이번엔 조두순이 현재 거주지에서 딴 곳으로 이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사 지역 주민들이 결사반대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나? 더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조두순보다 심각한 성범죄자가 오늘도 출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정부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정당한 분노이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 또한 내 주변 가족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불안이다. 이러한 분노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답을 제시하여야 한다. 답은 ‘어떻게’라는 질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윤석열 대통령 취임 7개월이 되었다. 대통령실 이전 빼고 도대체 뭘 했냐는 말도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70%쯤의 국민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이나 태도 등을 반대하지만, 그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라며 과감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만 나가는 저돌적 스타일이다. 그러는 게 자신과 여당은 물론 국민에게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지만, 좌고우면 없는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나가는 방식은 대개 ‘싸움’이다. 매일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 주로 직접 싸우지만, 가끔 대리인을 내세우기도 한다. 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술의 기본쯤은 간단히 무시한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싸움처럼 보인다. 대통령의 싸움은 안팎을 가리지 않았다.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이준석 대표는 ‘내부 총질이..
벌써 12월이다. 한 해의 정리와 연말결산을 하는 달이니 나도 첫 원고를 쓰던 때로 돌아가 ‘원고결산’을 해본다. 이 지면에 처음 실린 글은 최소 3년은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소문부터 내라는 조언을 적용해 누가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아도 마구 소문을 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항공기 승무원마저도 비행기를 타기 힘들었지만, 아무튼 나도 3년간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육로가 막힌 대한민국에서 비행기란 무엇인가. 야간버스에서 자다 깨 여권 검사를 당하는 경험처럼 새로운 가능성, 이국적인 상황, 낯선 여행 그 자체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이기도 하다. 유럽환경청(EEA)은 승객 한 명당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버스의 4배, ..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은 1981년 미국 항공관제사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진압을 떠올리게 한다. 그해 8월3일 연방 공무원 신분인 관제사들이 근무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레이건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즉시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파업 관제사들이 48시간 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만3000여명의 파업 관제사 중 1600여명만이 복귀했고, 레이건은 이틀 후 1만1300여명의 관제사들을 해고했다. 또한 해고된 이들이 향후 어떠한 공직에도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관제사 노조는 그해 10월 해산된다. 이 사태를 놓고 보수진영은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으로 대..
세상은 참 이상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도 이상해질 때가 있다. 일상의 사물은 표면의 일부만 슬쩍 보여주면서 제 비밀을 털어놓을 상대를 늘 기다리고 있다. 주말 농사에 열심인 친구가 모둠전을 앞에 두고 한마디 했다. 이상해, 밭일하다가 호박을 만나면 유독 기분이 움푹 깊어져. 그땐 달리기에 막 빠져서 그랬을까. 그 말을 듣는데 문득 텃밭이 육상시합이 벌어지는 운동장, 그중에서도 호박은 줄기 따라 뛰어가는 마라톤 선수 같다는 상상을 했다. 그 무렵 잠실에서 출발하여 송파 일대를 달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호기롭게 시작하였으나 이내 기진맥진, 어느 교차로에서 길이 갈렸다. 풀코스는 좌회전, 하프코스는 우회전. 나는 경험하지 못할 경지를 향해 뛰어가는 선수들의 등을 바라보는데 왠지 눈시울이 좀..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이 1년이 되었다. 장애인에게도 교육받고, 노동하고, 시설이 아닌 동네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말을 당연한 말로 만드는 것이 참 힘들었다. 20년 전부터 선로에 뛰어들고 도로를 기어가는 일을 숱하게 반복하고 나서야 이동편의증진법,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이 제정되었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미흡한 법률도 문제였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 컸다. 정부는 매년 예산이 아니라 말을 책정해왔다. ‘노력하겠다’, 이것은 말이지 돈이 아니다. 그리고 말로써는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담은 투쟁이 이토록 계속된 것은 정부가 자꾸 돈 대신 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전국장애인차별..
(49) 살곶이다리 1971년, 2021년 살곶이다리. 셀수스협동조합제공 서울의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중랑천변에 600년이 된 돌다리가 놓여 있다. 이름하여 ‘살곶이다리’다. 한자로는 전곶교(箭串橋)라 쓰는데 여기서 전(箭)은 화살을 이르는 말이다. 야사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가 왕자의 난 이후 함흥에서 은둔하다 마지못해 한양으로 되돌아오는 행차를, 태종이 이곳 중랑천까지 나와 맞이했다. 이때 태종의 신하 하륜이 그늘막 기둥 뒤에서 부왕에게 절을 하라고 조언했다. 태조가 태종을 향해 활을 쏘았는데 화살은 기둥을 맞혔고, 그제야 이성계는 하늘의 뜻이라 탄식했다 한다. 그 이후 이곳을 ‘살곶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다리가 만들어진 경위도 태종과 관련이 있다. 태종은 세종에게 ..
미국 주요 일간인 뉴욕타임스 기자를 포함한 직원들이 8일(현지시간) 자정부터 24시간동안 한시적으로 작업을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이같은 파업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미국의 언론사인 뉴욕타임스 노조가 8일 자정(현지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비록 24시간 동안 하는 한시적 파업이지만, 이 신문 노조가 1981년 6시간 반 제작 거부를 한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라고 한다. 노조원 약 1400명 중 11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노조원 상당수가 기자들이어서 이날 하루 신문 제작과 인터넷 콘텐츠의 공백이 생겼다. 뉴욕 뉴스길드(뉴욕 언론노조) 뉴욕타임스 지부는 성명에서 “사측이 노동자들과의 단체협상에 선의를 보이지 않았고, 노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을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