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옥쇄(玉碎)’란 말이 곧잘 붙는다. 그러면 사생결단 기운이 더해진다. 이 말은 중국 남북조시대 역사서 에 나온 ‘대장부 영가옥쇄 하능와전(大丈夫 寧可玉碎 何能瓦全)’에서 비롯됐다. 장부가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질지언정 하찮은 기와가 돼 목숨을 부지하랴는 글귀다. 쇄자를 걸어잠근다는 ‘쇄(鎖)자’로 잘못 아는 이도 본다. 글자 그대로의 옥쇄는 대의를 위해 한 몸을 던지는 걸 뜻한다. 옥쇄파업은 2009년 1월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과 그해 5월의 쌍용차 평택공장이 먼저 떠오른다. 철거민·경찰 6명이 불에 타 숨진 용산참사와 노동자 450여명이 77일간 정리해고에 저항한 쌍용차 사태가 일어난 곳이다. 두 농성장에선 최루탄·물대포·헬기를 앞세운 공권력의 토끼몰이식 작전이 벌어졌다. 희망버스는 2011년..
화물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대상의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시범운영되고 있는 안전운임은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고정비와 변동비에 더하여 ‘최소 수익’이 반영되는 구조이다. 매년 고시되는 안전운임은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 및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화주가 일방적인 ‘가격결정자’ 역할을 했다면, 안전운임제는 민주적인 운임결정방식으로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운임’을 산정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에서도 권고하는 있는 국제적 표준이기도 하다. 제도시행 효과에 대한 평가기준은 법률제정의 취지에 근거해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최저운임’을 보장하여 화물노동자는 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17년 7월 이후 2021년 12월 말까지 전환이 완료된 노동자는 19만7866명이다. 그중 파견·용역에서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5만112명으로,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노동자 7만6903명 중 65.2%가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자회사 고용은 공공부문의 주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셈이 됐다. 그러나 ‘정규직’이라는 정부의 말과 달리 노동자들의 권리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자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모기관은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최저한도로 묶었다. 자회사 노동자들의 최초 입사 시급은 최저임금이거나 그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용역업체의 임금 수준을 자회사로 옮겨오다 보니 주로 그 기준으로 삼았던 시중노임단가에 기존 용역계약에서의 낙찰..
2021년은 미국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과 스타벅스 미국 내 사업장에서 첫 노조가 탄생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노조가 생기면 설립 이후 이어진 아마존(1994년)과 스타벅스(1971년)의 미국 내 매장 무노조 경영은 끝난다. 첫발은 미 노동관계위원회(노동위)가 뗐다. 노동위는 지난달 29일 지난 2~3월 아마존의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센터 직원들이 실시한 노조 설립 찬반 투표 결과(반대 71%, 찬성 29%로 부결)를 뒤집고 재투표를 결정했다. 노동위가 산별노조 측이 제기한 청원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마존 첫 노조 설립은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열흘 뒤엔 스타벅스에서 희소식이 나왔다. 지난 9일 공개된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노조 결성 투표 결과..
노동조합을 ‘노동자들의 교회’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 “여기(노동조합)에서 인간의 권리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민주주의를 배우고, 이웃사랑을 배우고, 희생과 봉사를 배우고, 의를 위하여 고난을 받는 것이 무엇인지도 배우며, 사회정의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것도 실천적으로 배우고, 참평화가 무엇인지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노동자 쉼터 활동가들 인권 강의를 의뢰받고 찾아간 영등포산업선교회(성문밖교회·이하 산선) 지하에 있는 역사관에서 본 조지송 목사님의 말이다. 한때 도산(도시산업선교회의 줄임말)으로도 알려졌던 산선은 우리나라에서는 1958년 시작됐고, 지금의 영등포산선 건물은 1978년 건립됐다. 노동자들을 의식화해 노사분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찍혔고, 그래서 1982년 경향신문은 ..
일부 대선 주자들이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 검토되고 있는 ‘주 4일제’를 공약으로 언급하고 있다. 노동과 일상의 균형을 회복하여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의 속도를 늦추어 탄소위기 대응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와 경제에서 작업장, 그것도 제대로 규제되고 있는 정규적 작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도외시한 무리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진보’ 진영에 깊숙이 뿌리박은 정규직 중심주의가 표출된 극적인 예라고 생각된다. 이는 당연히 임금 삭감 없이 노동일만 줄어드는 조치를 뜻할 터이니,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급격한 실질임금 상승을 얻을 뿐만 아니라 여가 시간의 증가로 인해 ‘워라밸’ 개선 등 화폐로 계산되지 않는 ..
지난 주말인 13일 고척돔 야구장에서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다. 사람들은 관중석에서 KT와 두산을 응원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야구장에서는 접종완료자들의 경우 치맥을 즐기면서 응원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에는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 축구팬 3만명이 운집해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14일에는 K팝 공연장에 3000명이 모였다. 반가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년 만에 공연장이 열리고, 운동장에 관중이 들어섰다. 온라인이 아니라 대면 공연과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이렇게 일상회복 1단계가 진행 중이다. 고척돔 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리던 지난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51주기였다. 노동자들은 매년 이날을 맞아 전국적인 대회를 열고는 했다. 민주노총은 방역지침에 맞춰 499명씩 모이는 집..
‘경마 기수’ 고 문중원씨 아내 기고문 저는 비정규직도, 해고자도 아닙니다. 저는 아빠를 잃은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제 남편은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문중원입니다. 남편은 10년 넘게 경마기수로 일하다 한국마사회의 비리와 경마기수들이 처한 부당한 상황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2019년 11월29일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저한테는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이었고 남편이 가슴 속에 품었던 억울함과 한을 대신해서 풀기 위해 서울에서 100여 일 동안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투쟁을 했습니다. 6살, 8살이었던 어린 두 아이들을 부산에 남겨 놓은 채 무작정 서울로 갔습니다. 남편의 시신을 냉동차 안에 넣고 드라이아이스를 이불삼아 덮어주며 100일간 서울 광화문 거리 한복판에서 함께 싸웠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