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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연구에서 유독 자주 접하는 법칙이 있다.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다. 독일 화학자 리비히가 1840년 발표한 것으로 질소, 인산, 칼륨 등 식물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 중 가장 부족한 요소에 의해 성장이 결정된다는 법칙을 말한다. 쉽게 ‘나무물통 법칙’이라고 하는데 여러 개 판자를 세워 잇댄 나무물통이 있다고 했을 때, 물통에 채워지는 물의 양은 가장 낮은 판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어느 한 판자가 다른 판자보다 낮으면 아무리 물을 부어도 가장 낮은 판자 높이까지만 담을 수 있다. 이 법칙은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준비하자’는 의미로 회자된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와우리의 농부가 가뭄으로 바닥이 타 들어간 자신의 논을 돌아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농업 전반에 ‘기후변화’가 화두이다. 농민신문이 최근 실시한 ‘한국 농업 미래 50년 전망조사’에서 향후 50년간 한국 농업을 변화시킬 화두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럼 농업은 어디까지 기후변화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 정도는 이상기상의 피해 사례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이상기상에 따른 농업재해 복구비용은 10년 평균 6705억원으로 추산된다. 관계부처 합동 ‘201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33도 이상 폭염이 20일 이상 지속돼 전국적으로 185만여마리의 가축이 폐사했고, 젖소 산유량 및 닭 산란율도 10~20% 감소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온도 및 강수량 등 농작물(가축) 생육과 밀접한 기상요소 9종에 대한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농가 단위의 상세날씨 및 재해위험정보, 영농대책을 휴대전화로 제공하는 조기경보서비스 체계도 구축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다양한 연구들도 추진 중이다. 농업용 전자기후도 개발, 기후적응형 신품종 개발 및 재해위험지도 작성, 돌발 병해충 방제대책 등 전반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농업부문 기후변화 관련 대응은 ‘리비히의 법칙’과 유사하다. 어느 한 곳이라도 취약한 곳이 없도록, 그래서 우리 농업의 미래가 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상범 |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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