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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퇴근할 때 인사말로 “먼저 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즐겨 쓴다. 상사와 후배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오래전 윗사람과 함께 일하다 먼저 자리를 뜨면서 “그럼 수고하십시오”라고 했다가 혼이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는 우리 ‘표준언어예절’에 어긋나는 인사법이다.
“니들이 수고가 많다”
‘수고’는 ‘고통을 받는다’의 뜻을 가진 한자말 ‘受苦’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윗사람에게 ‘수고하십시오’라고 하면 윗사람에게 고통을 받으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가 있다. 이는 윗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윗사람에게 ‘수고’란 말을 절대 써서는 안된다.
원래 ‘수고’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동정과 위로의 표시로 하던 말이다. 언어란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윗사람에게 ‘수고’란 말을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 윗사람에겐 ‘수고하십시오’란 말 대신 상황에 따라 ‘먼저 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등으로 적절하게 바꾸어 표현하는 게 좋다. 또 감사의 의미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애쓰셨습니다’(국립국어원)라고 말하는 것은 괜찮다.
반면 동년배끼리나 아랫사람에게 ‘수고하게’ ‘먼저 갈게, 수고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방하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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