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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하루 치의 인상과 마주할 때
반반한 거울 너머 주름투성이 저 얼굴은
어디서 이목구비를 꾸어왔을까?
오래 돌아서 온 길이라며 수심 가득 찬
표정을 풀어 새날의 기분을 구겨놓는다
얼굴은, 왜 화가 나느냐며
상전벽해도 시시로는 안 바뀐다며 어른 위에
어린아이를 덮어씌우지만
턱수염까지 쉬어선 믿을 수 없다
증명하면서 항변하면서 그물처럼 촘촘해지지만
걸려드는 건 속이 터진 심술뿐,
누군가의 저녁을 닫으려고 혼잣말로 얼굴은
중얼거린다, 한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인데
왜 이리 요철이 많담, 타일이라면
이어 붙여도 똑같을 텐데!
김명인(1946~)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아침에 거울 속에서 자신의 수심 가득한 얼굴을 만난 사람이 있다. 거울은 울퉁불퉁한 데가 없이 반듯하지만, 거울 속 한 사람의 얼굴 인상은 주름투성이에 근심이 가득하다. 그런 표정이 새날 아침의 싱그러운 분위기와 잘 어울릴 리가 없다.
화를 품은 얼굴을 만날 때가 있다. 또 괜히 심술이 난 얼굴을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런 얼굴은 구김살이 많고 고르지가 않다. 마치 오목하고 볼록한 요철 같다. 얼굴은 한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 얼굴에는 감정이나 기분이 씌어 있다. 화장을 화사하게 다시 하듯이 얼굴의 표정을 곱게 바꿀 일이다. 웃는 얼굴과 부드러운 말로 새날의 아침을 만날 일이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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