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X 2015. 3. 25. 21:00

“우리 이걸로 퉁치자?” 이때 ‘퉁치다’는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라는 의미다. 흔히 상대방과 주고받을 것이 있을 때 그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 물건 등을 주고받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뜻으로 ‘퉁치다’를 쓴다.

‘퉁치다’는 ‘대신하다’ 혹은 ‘맞바꾸다’는 뜻 등으로 두루 쓰인다. 하지만 ‘퉁치다’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로 비표준어다. ‘퉁치다’는 속어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퉁치다’를 쓰는 것을 자제해야겠지만 막역하거나 친한 사이에 쓸 수 있는 말로 사전에 올라도 괜찮을 듯하다.


‘퉁치다’를 대신할 수 있는 말로 ‘에끼다’가 있다. 단어가 생경하게 들리겠지만 ‘에끼다’는 ‘서로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어끼다’나 ‘에우다’를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에끼다’의 방언이거나 잘못된 말이다.

또한 ‘엇셈하다’나 ‘삭치다’도 ‘셈할 것을 서로 비겨 없애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잘 쓰지 않거나 낯선 우리말이 참 많다. 하지만 겉보기로는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게 들리는 듯해도 곰곰이 되새길수록 정겨운 기운이 듬뿍 되살아 나오는 게 우리말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