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알고 쓰는 말글
닥달? 닦달!
opinionX
2016. 7. 22. 14:46
“‘닦달’ 좀 그만해! 내가 알아서 할게.”
말로 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 글로 적을 때는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말이 있다. ‘닦달’이 딱 그런 말이다. ‘닦달’에서 ‘닦’의 받침이 ‘ㄱ’인지 ‘ㄲ’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까딱하다가는 ‘닥달’로 쓰기 십상이다.
ⓒ 경향신문
‘닦달’은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내다’란 뜻이다. 따라서 ‘닦달’에서 나온 말인 ‘몸닦달’은 몸을 튼튼하게 단련하기 위해 견디기 어려운 것을 참아가며 받는 훈련을 일컫는다. ‘몸닦달’은 곧 ‘극기 훈련’을 의미한다.
요즘엔 잘 쓰이지 않지만 ‘닦달’에 ‘물건을 손질하고 매만진다’는 뜻과 ‘닭의 닦달은 아저씨에게 맡기고’에서 보듯 ‘음식물로 쓸 것을 요리하기 좋게 닦고 다듬는다’는 의미도 있다. 해서 물건을 손질하고 다듬는 것을 ‘닦달질’ 또는 ‘닦달질한다’고 한다. ‘집안닦달’이란 말도 재미있다. 집 안을 깨끗이 닦고 치우는 일을 말한다. 좀 낯설지만 ‘집안닦달’은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는 우리말이다.
이처럼 ‘닦달’에는 ‘윽박지르다’라는 뜻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닦고 다듬는다’란 의미도 있다. 즉 ‘닦달’에 ‘닦다’의 의미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런 경우 우리말법에선 소리 나는 대로 적지 말고 단어의 원래 형태(닦-)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다. ‘닦달’로 적는 이유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