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개의 핥는 행동은 애정과 관계의 확인이며 즐거움이다. 그러나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그 행동은 끔찍함이며 두려움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먹든 상관없이 늘 좋은 것이 아니다. 동일한 행위도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이루어지는지, 누구와 또는 누구에게 했는지에 따라 그 행위는 매우 다른 의미로 구성되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식적 범주의 인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해군 상관의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등군사법원의 항소심 판단이 바로 그런 경우다. 2018년 ‘#미투’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직장 내 성폭력’이다. 2018년 11월 발표된 ‘전문직 여성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
“지옥이 꽉 차는 날, 죽은 자들이 땅 위를 걷게 될 것이다.” 좀비 영화 고전인 (1978)의 홍보 문구다. 줄줄이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법조계 #미투 가해자 안태근, 연극계 #미투 가해자 이윤택, 그리고 충남도 전 지사 안희정 등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말이다. 강간범들이 이미 지옥을 꽉 채우고 있어서, 저들이 지옥에도 못 가고 여기서 떠도는 건가 싶었다.2018년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와 함께 시작했다. 이는 2019년 체육계 #미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성폭력을 방조하는 구조는 사뭇 강고하고, 가해자들은 여전히 반성을 모르며, 그들을 처벌할 법적이고 문화적인 토대는 아직 미미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 언론은 “미투 피로감”을 들먹이며 마치 성폭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