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4일 본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의결정족수(재적 3분의 2) 부족으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114명만 참석하고 야당 의원들은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헌법은 개헌안 표결을 ‘공고 후 6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어 이번 개헌안을 다시 표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권 초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던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이번에는 청와대가 앞장서 개헌을 주도했음에도 살리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개헌 불발은 개헌에 따른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진 정치권의 정략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가 실시되면 지방선거에 불리할 것이란 계산에 따라 반대로 일관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회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점..
오늘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개헌안이 대통령 발의로 제안될 예정이다. 제안된 개헌안은 헌법에 따라 20일 이상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주지하기 위해 공고되며, 늦어도 60일 이후인 5월24일까지는 국회가 가결이든 부결이든 의결을 해야 한다. 국회 가결을 거쳐야 국민투표에 부쳐지며,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개헌은 확정된다. 필자는 이번 개헌안의 자문안을 만든 국민헌법자문특위에 위원으로 참여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렇지만 자문특위 위원으로서가 아니라 헌법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객관적으로 이번 개헌과 관련한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자문특위의 자문안은 33명 위원들이 개헌과 관련해 가지고 있던 각자의 이상적인 생각들을 모은 것이 아님을 밝힌다. 자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청와대가 19일 밝혔다. 당초 21일 발의하기로 했으나 “야당과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닷새 늦춘 것이다. 대신 청와대는 개헌 발의에 앞서 20일부터 개헌안 내용을 차례로 공개해 시민의 이해를 높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 발의일을 못 박은 데 이어 개헌안 공개로 여론몰이하면서 국회를 다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이날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났지만 개헌 시기와 방향을 놓고 공방만 벌이고 헤어졌다. 개헌이 지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동시개헌 약속을 뒤집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개헌 주도..
개헌 논의를 이어 가보겠습니다. 지난 칼럼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분권이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죠. 더불어 논의되는 내각제는 여론조사에서 늘 꼴찌입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고려할 때 내각제가 가장 알맞은 정부 형태임을 보면 이 또한 정치의 아이러니라 할까요. 2013년 체코의 네차스 총리가 사임했습니다. 임기를 마친 게 아니라 논란에 휩싸여 더 이상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죠. 최측근들이 군 정보국에 이혼 중에 있던 총리 부인을 감시하라고 명령했고 거액의 뇌물수수 등 전횡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의회 해산, 총선이 이어졌고 야당이 승리하며 정권교체가 재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네차스 정부의 전횡은 박근혜 집단에 비하면 그 규모나 죄질이 동네 길고양이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가 기가 ..
내년은 6·10민주항쟁 31주년이다. 30주년이었던 올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평화적으로 극복하고 대통령을 교체했다. 31주년에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국가적인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마침 31주년 직후인 내년 6월13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 공약이 현실로 된다면, 문 대통령은 30년 동안 손보지 못한 정치시스템을 바꾼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국회논의를 지켜봤지만 해법이 안 보인다는 데 있다. 국회 개헌특위는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게다가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던 자신의 공약까지 뒤집었다. ‘지방선거 때 ..
이제 ‘촛불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나는 촛불혁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당연한 진리를 국민들이 국민 대표들 앞에 당당히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라 믿는다.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았다고 이러한 촛불혁명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촛불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떠올려볼 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국민 모두의 머리와 가슴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날까지 촛불혁명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19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원내대표가 어제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3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단일 헌법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다음주 초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도 개헌 대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판에 느닷없이 개헌 합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 국면에서 헌법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시민 사이에 일정한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개헌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대선 이후 시민의 뜻을 모으고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권 일부가 뚝딱 합의해 추진할 일이 결코 아니다. 3..
새해가 밝으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만 20년을 채웠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멕시코, 터키와 더불어 OECD 내의 ‘못난이 3형제’다. 노동시간, 자살률, 노인 빈곤율 등 부정적인 분야에서는 OECD 상위권을, 수면시간, 노동자 근속 기간 등 긍정적인 분야에서는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붙은 별명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못난이 3형제’를 면할 뿐 아니라 ‘선배 선진국’마저 압도하는 분야가 바로 공교육이다. 높은 학업 성취도는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학습 시간 등의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것 말고도 학교 시설, 교육 인프라, 우수한 교원의 확보, 평등한 교육 기회 등 우리나라 공교육이 OECD 최상위권을 차지한 분야는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