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판사·검사·국회의원·장군·경무관 이상 경찰 등 6000여명의 비리를 수사하는 기구다. 살아있는 권력,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성역 없이 수사하자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쪼개는 검찰개혁의 핵심이기도 하다. 죄지은 자는 두려울 것이지만, 죄 없는 사람은 걱정할 까닭이 없다. 모두가 찬성이다. 이제껏 공수처 설치에 반대해온 검찰도 동의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딱 한 군데, 자유한국당만 반대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게슈타포를 만들어 친문 독재의 끝을 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이 정권의 비리와 부패는 영원히 묻힌다. ‘친문 무죄, 반문 유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지난 16일 3당 원내대표와 각 1인이 참여하는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두 달 넘게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정국은 일단 끝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 정치권, 법무부·검찰이 보여주는 ‘포스트 조국’ 행보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키워드는 검찰개혁이다. 장관 대행인 법무차관을 청와대로 부른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직접 챙길 뜻을 분명히 했다. 언론에 사전에 일정을 알린,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다. 검찰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할 정치권은 그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검찰개혁안 마련과 실행에 들어갔다. 다들 검찰개혁의 ‘속도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에 ‘이달 중’ 방안을 마련하라고 시한을 박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9일부터 검찰개혁안의 본회의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며 야당을 재촉..
‘윤석열호(號) 검찰’이 25일 닻을 올렸다. 윤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국민’에서 시작해 ‘국민’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권익 침해를 수반한다”면서 “법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희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도 “경청하고 살피며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자”고 했다.윤 총장의 취임사는 전임자들과 차별화된다. 역대 검찰총장의 취임사는 대체로 ‘검찰’을..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윤 내정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의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하는 등 ‘적폐청산 수사’의 상징으로 각인돼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문무일 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다. 검찰 관행에 비춰보면 윤 내정자보다 선배인 고위간부 상당수가 용퇴할 가능성이 크다. 파격적 총장 발탁이 검찰 조직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윤석열’은 그에 대한 호오를 불문하고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검사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첫째, 적폐청산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만큼 적폐청산 기조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사장들에게 e메일을 보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본다.이날 모두발언에서 문 총장은 “지금의 논의에 검찰이 적잖은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직접수사 총량 축소, 수사착수 기능 분권화 추진, 재정신청제도 전면 확대 등의 운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과오에 대한 자성 없이 밥그릇만 지키려 ..
검찰개혁에 이어 법원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이 뜨겁다. 법원이 사법개혁 귀착지라는 점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사법부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끊임없이 검찰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사이에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에 총력을 쏟았다. 현직 법관이 입법 로비를 위해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찍이 몽테스키외 이래로 정립된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에 가깝다. 법관 사찰, 재판거래 의혹, 법원비리 수사 기밀 유출 및 비자금 조성 사건 등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모습이 기업의 행태와 흡사하다.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는 국민들은 참담한 심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관이 누구던가.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법언을 모르는 법률가는 없다.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사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수사와 기소의 책임이 있는 검사는 당연히 알고 지켜야 할 철칙이다. 초동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에게 더욱더 요구되는 형사절차의 기본원칙이다. 사건을 빨리 해결해서 시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주고 싶은 수사담당자가 혹시 범할지도 모를 과오를 막아주는 헌법상 장치다. 수사기관은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은 수많은 사건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여 무고한 피해자를 만드는 과오를 범하고 말..
새 정부 출범 때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검찰개혁’이 국민이 바라는 첫 번째 개혁과제로 뽑혔다. 정치개혁, 경제개혁 등 다른 개혁보다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최우선으로 꼽았던 것이다. 검찰권력의 남용과 불공정한 행사에 대해 누적된 국민적 불만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다. 검찰개혁의 여러 방안 중에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있다. 법무부의 주요 요직들을 검사들이 장악하여 법무부가 검찰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는 요청이 바로 이 ‘법무부의 탈검찰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의 검찰개혁 기자회견이나 후보 공약집에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고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정권하에서 이러한 약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