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세계인권의날 7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며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 말대로 한반도 현실에서 인권과 평화는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사회 인권 침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평화정착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남한의 경우 국가보안법을 손대지 않고 인권을 말할 수는 없다. 한반도 분단과 적대의 종식도 국가보안법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한반도 평화를 우리가 이끌어 가기 위해서도 국..
광장의 함성은 여전하다. 역사적 체험을 간직한 시민들 덕이다. 대통령 탄핵 절차도 순조롭다. 절차만 남았을 뿐이라며, 탄핵은 기정사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검 수사는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이재용에게서 성패가 갈리겠지만, 우병우를 제외하면 여태까지의 기세는 좋다. 대선 후보들은 벌써부터 공약을 쏟아낸다. 무엇보다 이번엔 확실히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뜨겁다.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읽을 수 있지만, 정작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도 여전하다. 대통령은 죄 없는 어린양 시늉을 하고, 총리는 대통령 시늉을 하는 게 달라졌을 뿐, 그들의 체제는 여전히 확고하다. 그 확고한 체제가 새해 벽두부터 국가보안법 사건을 일으켰다. ‘노동자의 책’이란 인문사회과학 전자도서관을..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가 1588년 을 완간하자 로마교황청은 불온서적으로 낙인찍고 “어떤 언어로도 출판할 수 없다”고 했다. 로마교황청이 을 300년간 금서(禁書)목록에 올렸던 것은 “도덕적 타락에 관용을 베풀었다”는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루소의 은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이 출간되자 판매금지 처분을 내리고 루소를 구속했다. 루소가 에서 기독교 교리를 거부하고 기존 교육체제를 비판했다는 게 구속사유였다. 옛 소련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는 사회주의 혁명 이데올로기를 부정했다는 이유로 출판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된 로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소련 당국의 압력으로 수상을 포기해야 했다. 동서고금을..
국가보안법과 함께 대표적 반인권 악법으로 지목돼온 보안관찰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한상렬 목사를 긴급체포하면서다. 한 목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만기 출소한 이후 보안관찰법에 따른 신고를 거부해왔다. 사상범을 출소 후에도 감시할 수 있도록 한 보안관찰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안관찰법은 박정희 정권 시절 제정된 사회안전법이 1989년 개정되면서 신설됐다. 국가보안법 등으로 선고받은 형기의 합계가 3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는 출소 후 7일 안에 가족 및 교우관계, 직업, 재산상황, 학력·경력, 종교·가입 단체 등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이들 대상자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