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는 (2013)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감독으로 기록된 영국 출신 스티브 매퀸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마거릿 대처가 기세등등하게 집권했던 1981년 북아일랜드 메이즈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은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군이 철수할 것을 주장하며 무장 투쟁을 벌였다. IRA를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규정한 영국정부는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체포 작전을 시도했다. 메이즈 교도소에 수감된 IRA 조직원들은 영국정부에 자신들을 정치범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대처 정부는 “테러리스트는 테러리스트일 뿐”이라며 거절했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한 제국이었던 영국은 무기의 질, 군인의 양이 압도적이었다. 대처는 협상을 모르는 단호한 정치인이었다. 세상에서 고립돼 있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어제 단식을 중단했다. 45일 만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4일 단식에 돌입한 김씨는 병원 이송 후에도 식사를 거부해왔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남은 딸 유나양과 노모의 눈물 어린 호소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김씨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게 답을 내놓을 때다. 김씨는 목숨 건 단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던 시민들의 양심을 다시 깨웠다. 그의 아픔에 공감한 수만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혹은 각자의 일터에서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위로하는 장면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의 관심까지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가족 뜻과 동떨어진 여야의 특별법 합의가 무산된 것도 김씨 단식의 영향이 컸다. 김씨의 싸움..
SBS에서 방송되는 주말 드라마 은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이 주요 배경인 시대극이다. 배우 황정음이 연기하는 주인공 서인애는 엄혹한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맞서 살아내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살해당한 상처를 안고 있는 그는 당차고 총명하며, 불같은 성격을 지녔다. 시국사건에 휘말려 소년원에 수감되지만 그의 사연이 우연히 방송을 타면서 영화배우로까지 데뷔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독학으로 법대에 진학한 그는 시국선언문을 쓰며 학생운동에 앞장선다. 미모와 지성, 용기, 게다가 복싱까지 배워 ‘문무’를 모두 갖춘 재야의 잔다르크이자 투사의 상징. 대중적인 관심의 대상인 그는 권력욕과 탐욕에 찌든 기득권층에는 눈엣가시다. 결국 납치돼 고문과 성적 유린을 당하고 임신한 채 감옥에 갇힌다. 언론은 ‘운동..
계절이 처서를 지나 이제는 가을 문턱에 걸터앉았다. 때아닌 가을장마가 열대야를 저만치 밀어내고 있다. 가을 바람 한 줄기가 끈적함을 빼앗더니 달아난 입맛까지 돌아온다. 벌초 행렬이 주말 고속도로를 꽉 채웠고 이제는 추석 차례상을 준비해야 할 때다. 가을이 시작됐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단식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었다. 2013년 9월의 얘기다. 쌍용차 국정조사 촉구를 요구하며 21명이 대한문 앞에서 단식을 했다. 그 전 2012년 10월엔 같은 장소에서 쌍용차 김정우 전 지부장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42일간 단식을 했다. 단식은 의식적으로 굶는 행위다. 온몸을 바쳐 절박한 요구를 관철하려는 정치적 행위다. 이런 단식에 숱한 마타도어(흑색선전)만이 횡행했다. 굶어서 무엇이 해결되느냐를 물었고 조롱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생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 만인 어제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입원 뒤에도 수액 주사 외에 식사는 거부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가능한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걸 못 보고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없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타깝고 참담할 따름이다. ‘유민 아빠’가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7월14일이다. 당초 예상한 단식 기간은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처리 시한으로 합의했던 7월16일까지였다. 그러나 특별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사흘 하려던 단식이 40일에 이르렀다. 그사이 김영오씨는 57㎏이던 체중이 47㎏으로 줄어들 만큼 쇠약해졌지만, 달라진 건 없다. 4..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째인 22일 병원에 실려갔다. 김씨의 혈압은 90/60, 혈당은 57-80, 체중은 47㎏으로 혈압·혈당·체중 모두 정상치에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제대로 단식을 했으면 벌써 (병원에) 실려 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던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말대로 됐다. 김씨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해온 이유는 하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것이다. 다른 세월호 가족들처럼 김씨 역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더 나아가 그들에게 진실을 은폐할 동기가 있다고 의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진상조사건, 특검이건 정부·여당의 입김에서 가급적 자유로운 인사들이 진실 규명의 주체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