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여성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대립이라는 구도는 선택권과 생명권 둘 다 논의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국가 인구정책의 폭력과 차별의 실체는 드러나지 못했다. 실제로 여성이 선택 가능한 사회적 조건은 마련된 적이 없다. 낙태죄 때문에 안전하게 임신 중단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고, ‘죄’라는 규범은 성교육에서 피임과 임신 중단 교육을 통제했다. 이제 국가가 임신과 출산의 허용 가능한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번 결정과 함께 주목해야 하는 것이 모자보건법이다. 14조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 1항 1호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적으로 정신장애나 ..
“왜 영화에서는 ‘혁명-이후’를 다루지 않을까?” 나는 종종 생각한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2013)처럼 노골적인 혁명 서사를 보고 난 후에는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힌다.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건 무한동력엔진을 장착한 윌포드 트레인에 올라탄 사람과 생명체들뿐이다. 영화에서 멈추지 않는 기차는 폭주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었다. 기차에서의 삶이 철저하게 구획된 계급사회로 그려졌기 때문이다.영화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혁명을 따라간다. 하나는 ‘엔진 칸’을 탈취하려는 ‘꼬리 칸’ 빈곤계급의 봉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기차 옆구리를 터트려 기차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반체제 혁명이다. 꼬리 칸 사람들은 기차 외부로 나가면 얼어..
# “(낙태하면) 신고한다. 불법인 거 알지?” KBS 드라마 .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하고 결혼했다. 예정에 없던 아이가 생기자 아내는 임신중절수술을 받으려 한다. 병원에 나타난 남편은 아내가 뜻을 굽히지 않자 협박한다. (2018년 1월)# “(낙태하려는 여성은)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공개변론을 앞두고 법무부가 낸 변론서다. 법무부는 “자의에 의한 성교는 응당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5월)#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시키고 ‘형법 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내용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산부인과 ..
낙태(임신중단·임신중지)한 여성과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낙태가 범죄로 규정된 지 66년 만이다. 헌재는 11일 형법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 및 제270조 1항(의사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 위헌, 2명이 합헌 의견을 내놨다. 국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이 기한 안에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조항은 무효화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을 존중하고 확장시킨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