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한 통 썼다. 편지의 형식을 빌린 인터뷰 요청글이었다. 한번은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보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마음을 먹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연락처를 알아내고도 하루를 꼬박 망설였다. 마음을 가다듬고, 인터뷰를 청하는 이유를 적은 뒤 최근에 쓴 몇 건의 인터뷰 기사를 덧붙였다. 일로 쓰는 모든 글이 다 어렵지만 이 글이 근래에 쓴 어떤 글보다도 쓰기 힘들었다. 읽고 또 읽으며 몇 글자를 붙였다 뗐다 한 끝에 전송을 눌렀다. 편지를 보낸 지 11시간쯤 지나서 답을 받았다. 편지의 수신인은 세월호 사건 희생자의 유가족이다. ‘비겁하다’는 말이 제일 두렵다. 그건 내가 비겁한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지난 삶을 돌아보면, 나는 정면승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어떻게..
5일 밤 9시30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 향. 방금 연극 공연을 마친 일곱 명의 중년여성 배우들이 객석에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 앞에 둘러섰다.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8반 안주현 엄마입니다.” “6반 이영만 엄마입니다.” “4반 김동혁 엄마입니다.” “저는 생존학생 2학년 1반 장애진 엄마입니다.” “7반 정동수 엄마입니다.” “3반 정예진 엄마입니다.” “7반 곽수인 엄마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아이들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밝힌 이들은 ‘416가족극단 노란 리본’의 단원인 세월호 엄마들. 손에는 ‘끝까지 밝혀줄게’라는 일곱 글자 팻말을 나누어 들고 있었다. ‘416가족극단 노란 리본’은 자신들이 출연하는 창작극 을 1월 들어 벌써 세 번 무대에 올렸다. 4일과 5일 ‘성미산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