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당정협의를 열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내놨다.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피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받게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때 비밀유지협약서 체결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또 중소기업이 기술탈취 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입증책임’을 가해혐의 기업에도 묻기로 했다. 대기업의 기술탈취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피해 중소기업은 보복이 두려워 고발을 꺼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바람직한 조치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모든 기술보호 관련 법률에 도입하고, 배상액도 손해액의 최대 10배로 강화했다는 점이다. 손해배상에 관한 현행 규정은 하도급법에선 3배 이내, 상생협력법·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한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청와대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청년희망펀드 모금 규모까지 정해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전경련 이모 상무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박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를 발표한 이후 청와대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지시가 내려와 기업인들이 청년희망펀드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또 “기업인들이 1200억~1300억원 정도 참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2015년 9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설립된 청년희망펀드의 실제 모금액은 1450여억원으로 청와대의 모금 목표액과 거의 일치한다. 이 상무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청년희망펀드..
대기업 비정규직의 증가가 몰고 올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2020년부터 취업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규· 비정규직 간 극심한 격차가 지속될 경우 청년층의 경제참여를 위축시켜 고용여건은 더욱 나빠진다고 진단했다. 30일 고용노동부의 상시고용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형태 공시 결과 발표도 이 한은의 경고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20%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아졌고 기간제 비율까지 합치면 대기업 노동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었다. 기아차 모닝 생산공장이나 롯데 영등포역 백화점처럼 운영 인력이 100% 간접고용이지만 정규직이 ..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은 한국 재벌사에도 인상적인 해다. 100년 역사의 재계 판도가 뒤집힌 날이기도 하다. 서열 1위인 현대그룹이 이른바 ‘왕자의 난’을 거치며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인 경영권 분쟁은 재벌의 숨겨진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자회견장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서울 계동 사옥 본관 문을 걸어 잠근 채 상대방 진영의 출입을 차단한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한 편의 코미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필 서명을 둘러싼 위·변조 논란도 여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수십조원의 판돈이 걸린 경영권 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권력의 세계와 다를 게 없다. 승자독식 구조라는 속성을 감안하면 당대에 끝나는 싸움도 아니다. 어디 현대그룹뿐이랴. 형제간에 우애가 좋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