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치고 애견인 아닌 경우가 드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백구와 황구, 스피츠, 치와와 등 다양한 품종의 반려견을 키웠다. 당시 ‘큰영애’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중 스피츠 ‘방울이’와 진돗개 ‘진도’를 좋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 2마리는 재산압류 때 경매에 부쳐져 40만원에 팔렸다. 다행히 개를 산 낙찰자가 되돌려줬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반려견 ‘누리’의 사연은 슬프고 애잔하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자택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않고 소개하던 반려견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집을 떠나 실종돼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주인이 심장마비로 죽은 줄도 모르고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0년을 전철 역 앞에서 기다리다 숨을 거둔 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찌’를 연상케 한..
청와대가 대통령의 독서목록을 공개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였다. 책 읽는 대통령을 부각시키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폭넓은 독서편력으로 유명했다. 3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했던 그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고, 모퉁이에 글을 적었다는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갤브레이스의 , 피터 드러커의 , 박경리의 , 변형윤의 등을 꼽았다. 다독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책을 활용해 보수언론에게 “‘독서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해 중용하기도 했다. 를 쓴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을 펴낸 이주흠 전 리더십비서관이 대표적인..
대한민국은 왜 임기가 끝난 후 국민들로부터 환송을 받으면서 물러나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을까? 자신과 측근의 이익에만 충실한 지도자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지닌 지도자를 왜 대한민국은 가질 수 없는 것일까? 대한민국 건국 이래 모든 대통령이 18세기 이탈리아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은 한번쯤 읽었을 것이다. 우리 대통령들은 비난 따위는 개의치 말고 이익에 근거해 권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라는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들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한번만 읽었든지 아니면 누가 정리해 준 요약본만 읽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가 지도자라면 비난은 받더라도 국민의 미움을 받아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그토록 경고하고 있건만 우리의 대통령들은 자신에 ..
‘밥상 이야기’라는 메뉴를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www.jirisan.com)가 있다. 사이트 주인장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밥상 사진을 올린다. 반찬과 식재료에 관한 간단한 코멘트와 음식에 대한 기억이나 소소한 이야기가 함께 올라온다. 식당에서 사 먹는 밥이 아니라 집밥 사진이다. 아침, 점심, 저녁 대중없고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밥상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남의 집 밥상 구경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다. 아무리 서먹한 사이라 해도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기 마련이다. 뭘 먹느냐에 따라 회의석상에서 나올 일 없는 이야기도, 숟가락을 놓고 컵에 물을 따르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풀려나온다. 그 사람과의 새로운 ..
촛불 민심과 국민 여론은 거듭 대통령의 하야다. 하지만 대통령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헌법을 무기로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겠다고 작정했다는 뜻이다. 선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마지막 가능성으로 남았던 대통령의 정치는 완료됐으며 명예혁명과 망명을 운운했던 일각의 로망은 소멸했다. 남은 것은 국회의 정치와 시민의 정치다. 국회의 정치는 이제 외길로 보인다. 탄핵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로 가는 길, 대통령의 헌법과 국회의 헌법이 맞붙는 막다른 길이다. 반면 시민의 정치는 이 길과 함께 또 다른 길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사문화된 원칙을 되살려 엘리트 독과점 정치의 대의 민주제를 넘어서겠다는 국민혁명의 길이다. 날마다 특종과 속보와 가십성 뉴스가 홍수를 이루지..
대통령이 물러나면 헌정(憲政)이 중단되는가? 대통령 스스로의 결단에 따라 물러나는 소위 하야든, 탄핵을 받아 물러나든, 두 경우 모두 헌정중단은 아니다. 헌정은 쿠데타 등에 의해 헌법과 법의 적용이 멈출 때 중단된다. 대통령이 물러나더라도 국가작용이 헌법과 법에 따라 행해진다면 헌정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헌정이란 입헌정치, 즉 헌법에 의거한 정치다. 따라서 근대 헌법의 핵심인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기본권 보장, 그리고 권력분립의 원리가 지켜지는지가 헌정 계속의 판단기준이 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이 아닌 최순실의 뜻에 따라, 법과 절차를 어기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치를 함으로써 헌정이 파괴되었다. 지금까지 대통령 본인이 담화를 통해 인정한 것이나 여러 언론보도, ..
현대 한국은 온 세계의 모순을 걸머진 화약고가 되어 있다. 우리는 식민지 경험에 이어 분단구조 아래에서 독재정권을 겪으면서 빛나는 민주화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런데 보수반동 정권이 연달아 들어서서 모든 걸 뒤엎어 놓았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갈등과 분열의 양상이 온 사회에 걸쳐 짙게 깔렸다. 무엇보다 인사정책을 보면, 고위 공직자를 불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요리조리 병역을 기피하고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채웠다. 게다가 무슨 은혜를 갚는다고 해 자신의 선거캠프에 있던 사람이나 곁에서 아첨하는 인사를 골라 요직에 앉혔다. 이는 바로 족벌주의나 환관정치로 추악한 권력의 남용이었다. 다음. 재벌에게 법인세 인하 등 온갖 특혜를 주고 노동자의 권익을 짓밟았으며 민주인..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많은 논쟁과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었고 여전히 그 여파가 진행 중이다. 이미 많은 논평들이 쏟아져 나오기는 했지만, 가장 놀랍게 느낀 것은 박 대통령의 짙은 정치혐오였다. 대통령이 정치인이기를 멈춘 것이다. 대통령은 과연 정치인인가? 매우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그 대답이 간단치는 않다. 여기서 정치인이란 말을 편의상 ‘정파적(partisan)’이란 말로 대체한다면 실마리가 보일 것도 같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고, 국민 모두의 지지로 당선되지는 않았어도 국민 모두를 대의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부분(part)’을 일컫는 말에 뿌리를 둔 정당, 혹은 정파적이란 말은 애초에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