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는 우리가 자랑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정신 덕목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자랑이 무색해졌다. 대한민국 어버이는 불행하다. 무엇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요지부동의 기록이 그것을 말해준다. 48.6%에 이르는 노인 빈곤율은 2위인 스위스(24.0%)의 2배 수준이고, 인구 10만명당 노인 자살률 또한 81.9명으로 미국(14.5명)의 5.6배, 일본(17.9명)의 4.7배다. 어버이날을 말하고 효를 거론하기 부끄럽게 만드는 대한민국 어버이의 현주소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현실은 독거노인의 급증이다.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이 어제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혼자 사는 노인은 137만9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노..
손을 든 학생이 삼분의 일을 넘었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어린 시절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냈다는 것이다. 의외였다. 대부분 일터에서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혼자 저녁을 해결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을 줄 알았는데 적지 않은 학생들이 조부모의 훈훈한 손길을 기억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음식을 주제로 한 글쓰기에서도 행복한 식탁은 할머니와 연관돼 있고 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경우가 잦다. 상대적으로 젊은 부모에 대한 ‘좋은 기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 강의실에 앉아 있는 대학생들이 누구인가.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났으니 초등학교 시절 저 구제금융 시기를 통과했을 것이다. 부모가 실직이나 폐업, 도산의 당사자였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경제 난민’ 대열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