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크게 존경받는 조사(祖師)들의 어록을 읽다보면 “누런 나뭇잎을 흔들어 어린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여기 돈 있다”며 우는 아이를 달랜다는 뜻입니다. 곰팡이 냄새가 푹푹 풍기는 책들에서조차 이런 말들이 흔히 나오는 것을 보면, 돈을 좋아하는 것은 애나 어른이나 또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이들이 시국이 어수선한 연말을 틈타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환경훼손을 이유로 강력히 항의한 환경단체와 주민들, 문화재 파손을 염려하며 끝없이 탄원한 학자들 앞에서 그들이 흔들어 보인 것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작성했다는 ‘경제성 평가 보고서’입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평균 73억원의 편익이 발생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무형문화재와 인간문화재를 혼동하고 있다. ‘가야금 산조 및 병창’이 무형문화재라면 이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사람은 인간문화재다. 요즘은 ‘무형문화재 보유자’라고 부른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17년간 살아오면서 갖게 된 가장 큰 걱정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는 전통 깊은 국악가문에서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국악인의 길을 걸어왔지만, 주변에서 만나는 수많은 보유자들을 보면서 동병상련의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괄시도 있지만, 가장 큰 두려움은 잊히는 것에 대한 위기와 공포감이다. 평생을 바쳐온 기량과 재주가 자신이 죽으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은 자신의 몸이 사라지는 것과는 또 다른 측면의 비애요, 뼈를 깎는 아픔이다. 또..
[사설]‘증도가자’ 최고 금속활자 판단 언제까지 미룰 텐가그제는 ‘인쇄문화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석보상절을 한글 금속활자로 찍어 낸 1447년 9월14일을 기념하고자 26년 전 제정됐다고 한다. 정부는 올해 특별히 인쇄문화산업 공로자에게 주는 문화포장을 문화훈장으로 격상하고 대통령, 국무총리, 문화부 장관 표창 등도 수여했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결’(이하 직지)과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보유한 인쇄문화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부가 정작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인쇄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에는 소홀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한 문화재청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무관심이 단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