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벼락처럼 떨어지자 여름이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렸습니다. 흩날리는 봄꽃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4개월. 그동안 새 정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많은 일을 추진해왔습니다. 불철주야 정부를 진두지휘하는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과학기술 관련 인사는 실패였습니다. 박기영 교수와 박성진 교수의 고위직 지명은 과학기술자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나올 때마다 실망은 좌절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 실패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새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듭니다. 과학기술은 누적적으로 발전합니다. 어제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오늘의 실험을 이어가고, 다른 연구자의 결과를 ..
‘바보! 바보! 바보!’ 10여년 전, 방청석에서 서초동 417호 법정으로 들어서는 황우석을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탄식했다. 대한민국의 영웅에서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과학자. 나의 책 의 상당 부분은 황우석 사태와 ‘황빠’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내가 깨달은 교훈은 여러 가지다. 첫째, 권력은 멍청해지는 경향이 있다. 황우석은 권력에 도취했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었으며 ‘사이언스’ 논문 조작이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둘째, ‘빠’(지지자)는 사라지기 쉽고, ‘까’(반대자)는 순식간에 늘어난다. 과학이 정당성을 상실할 때 지지할 이유는 사라지고 비판할 이유만 남게 된다. 셋째, 결과적으로 권력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계에 폭탄을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이라는 전대미문의 과학사기 사건의 공범격인 인물을 과학기술 정책을 조정하는 자리에 앉힌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어제는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박 본부장 임명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있다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2006년 1월 사퇴했다. 당시 박 보좌관은 황 교수팀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황 교수의 복제 실험에 대한 규제 완화에 도움을 주었다.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