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 어떤 관객들에겐 다른 중요한 효용이 있다. 이른바 586세대로 하여금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삶의 의미를 심문·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필자도 그 세대의 일원이지만 그 광경은 자못 흥미롭고 문제적이다. 약간 슬프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죄책감과 회한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후배와 아이들에게 뻐기며 자랑스러워한다. 이 집합적 ‘증상’은 한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한열의 선배 우상호 의원이 박종철의 선배 박종운씨를 꾸짖은(?) 일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박종운, 우상호 같은 사람들은 죽음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가 없다”며 ‘종운이’는 ‘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했다. 근래 박씨는 ‘박종철이 죽음으로써 지켜주려 했으나 배신자가 된 사..
며칠 전 영화 을 보았다. 필자에게 있어서 1987년은 아주 특별한 한 해이기도 하고, 전두환 정권에 의해 고문당하고 살해된 학생 박종철은 필자가 대학시절 이끌었던 ‘대학문화연구회’의 후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극장을 찾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전두환 정권은 1987년이 다가올 때까지 정보기관과 경찰을 장악하여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민주화운동을 질식시켰다. 그러나 1987년 벽두에 터져 나온 박종철 고문살해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잔혹성을 모든 국민의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시켰고, 민주인사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