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개혁과 관련해 법원 내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12일 “국회에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최종 의견을 표명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사법행정회의’ 위상에 관해 단일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사법발전위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역시 완전히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후속추진단은 사법농단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행정처)를 폐지하고, 비법관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대부분 넘기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법부의 변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자택,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한 이후 ‘양승태 대법원 최고위층’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처음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범죄 혐의에 연루돼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헌정 사상 최초다. 양 전 대법원장 자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으나,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일부 발부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윗선’ 수사를 끈질기게 차단해온 법원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방어벽에 균열이 시작된 신호로 받아들인다. 압수수색을 당한 3인의 전직 대법관은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의 핵..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기원전 1750년쯤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왕이 만들었다는 세계 최고(最古)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에서 유래한 문구다. 이 법전은 282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96조와 제200조에 각각 ‘다른 사람의 눈(이)을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눈(이)도 상해져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는 범죄 피해를 봤으면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한다는 의미의 ‘상응보복법’ ‘동해(同害)보복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함무라비 법전은 고대의 야만스러운 보복 형벌의 상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실 보복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죗값 이상의 사적인 과잉 처벌을 막자는 문명화된 취지를 담고 있다. 눈을 다쳤다고 가해자에게 무자비한 복수를 해선 안되고 그저 눈만..
법원이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의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3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3년치 4224억원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왜곡된 임금체계에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특근과 야근 수당 산정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이 정기적이고 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는 정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금까지의 특검 수사 결과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인신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개인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법원은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고 의심이 들면 마땅히 구속영장을 기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법과 원칙에..
처음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까지였다. 청와대로부터 1.8㎞. 10월29일의 첫 번째 촛불집회와 11월5일의 2차 촛불집회까지는 그랬다. 매주 광장의 함성이 커질 때마다 시민들은 조금씩 청와대 근처로 갈 수 있었다. 3차 집회는 800m 거리인 내자교차로까지, 4차 집회는 400m, 그리고 지난 주말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청와대 200m 앞까지 진출한 거다. 집회와 시위를 신고하면, 경찰은 금지하고 법원이 조금 더 허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법원의 행진 허용은 경찰의 금지조치에 빗대면 전향적인 일이지만, 법원도 기본적인 입장은 경찰의 금지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경찰보다는 조금씩 더 허용하겠다는 것뿐이다. 법원이 제시하는 허용의 단서도 웃긴다. 지난번 집회를 보니 질서를 잘 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