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100여명의 조직원을 둔 사상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로 상대방 금융정보를 빼낸 뒤 돈을 인출하거나 싼 이자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말한다. 사기 피해자는 확인된 사람만 2만여명에 달하고 전체 피해 금액이 4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사이버범죄 수사를 전담했던 전직 경찰이 자신의 ‘주특기’를 악용해 금융사기를 총괄 기획했다고 하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기의 피해자는 주로 서민들이다. 애초 담보나 신용도가 낮아 금융권에서 거절당한 대출 희망자들의 명단을 불법으로 입수한 뒤 사기극에 악용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데다 싼 이자에 금방이라도 대출이 가능한 것처럼 속였으니 다급한 서민들은..
운전 중이었다. 그때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한마디도 놓치면 안될 것 같은 매우 중요한 전화였던 터라 자동차를 갓길에 세웠다. “네, 네. 그렇군요.” 안경을 쓴 채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주판알을 튀기고 있을 것 같은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내 신용등급과 이런저런 부채 내용을 읊었고 나는 그 내용을 야단 맞는 학생 심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외국에서 송금되는 고정적인 수입이 저희 은행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심사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으면 마이너스 통장은 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과정이 하나 남았는데, 혹시 지금 받아 적으실 수 있나요?” 나는 얼른 종이와 펜을 꺼내어 남자가 불러 주는 내용을 받아 적었다. ‘채·무·변·제·능·력·검·증’ 또박또박 적었다. 자신을 ○○은행 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