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수감됐다. 사법부의 전직 수장이 구속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부끄럽고 참담하나, 당연한 귀결이다. 법원은 사법농단의 ‘주범’을 제 손으로 구치소에 보냄으로써 법의 엄중함을 보였다. ‘방탄 판사단’이라 비판받아온 법원도 헌정질서를 뒤흔든 사법농단의 중대성을 외면하기 어려웠으리라 본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정의 실현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 진전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4일 영장을 발부하며 밝힌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혐의가 소명되며 사안이 중대하다는 것이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것을 넘어 ‘직접 개입’한 증거들이 제출된 데 따른 판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농단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검에 나가기 직전 인근 대법원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청사 앞에 설치될 포토라인에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대법원장 재직 중의 범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기소 후 재판을 맡게 될 법원을 들러리로 세워 ‘시위성 퍼포먼스’를 벌이겠다니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전직 대통령들도 청와대 앞이 아닌 검찰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혀왔는데, 이 무슨 망발인가.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이유를 댄 모양이다. 하지만 그 속..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정부가 맺은 청구권협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들이 개인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은 한국 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까지 18년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사법부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대법원 2부는 29일 고 박창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낸 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첫 피고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가 결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임 전 차장 사건을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지정하고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법원은 “연고관계와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하고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배당했다”고 설명했다. 형사36부는 법원이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에 대비해 신설한 3개 형사합의 재판부 중 한 곳이다. 사법농단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는 판사들로 구성됐다. 기존 형사합의부 중 사법농단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6개 재판부는 배당 대상에서 미리 배제했다고 한다. 법원이 나름의 고육..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에 탄핵소추를 요구하자는 주장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오는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재판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위헌적 행위였음을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위 법관들이 자성은커녕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와중에 중견·소장 법관들이 ‘제 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용기와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 헌정 사상 법관이 탄핵된 사례는 없다. 그런 만큼 현직 법관들이 동료 법관의 탄핵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개혁과 관련해 법원 내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12일 “국회에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최종 의견을 표명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사법행정회의’ 위상에 관해 단일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사법발전위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역시 완전히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후속추진단은 사법농단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행정처)를 폐지하고, 비법관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대부분 넘기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법부의 변화..
한국 사법부가 13일 일흔 돌을 맞았다. 그러나 ‘양승태 사법농단’의 짙은 그늘 속에 법원도, 법관도 축하받지 못했다.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온 문 대통령이 ‘재판거래’라는 용어까지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사 방해’에 가까운 법원의 행태로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질타로 봐야 할 것이다. 사법의 위기는 총체적이다. 정의와 인권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온 나라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으로 전·현직 법관들이 검찰 수사선..
검찰개혁에 이어 법원개혁에 대한 국민 여망이 뜨겁다. 법원이 사법개혁 귀착지라는 점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사법부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끊임없이 검찰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사이에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에 총력을 쏟았다. 현직 법관이 입법 로비를 위해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찍이 몽테스키외 이래로 정립된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에 가깝다. 법관 사찰, 재판거래 의혹, 법원비리 수사 기밀 유출 및 비자금 조성 사건 등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모습이 기업의 행태와 흡사하다.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는 국민들은 참담한 심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관이 누구던가.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