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설리(본명 최진리)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 나도 왠지 모를 우울감과 슬픔에 시달렸다. 좋아했던 한 연예인이 이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의 원인에 무관심한 세상 때문이기도 하다. 당당한 행동과 밝은 표정 뒤에 감추어야 했을 두려움과 외로움, 아픔과 절망감에 통감하는 여성들의 마음에 애도의 강물이 흐르는 사이 악플과 언론으로 주범의 과녁을 바꿔가며 세상은 지금도 설왕설래 중이다.그렇다면 진심으로 책임을 느껴야 할 주체는 누구인가. 얼굴 없는 악플이나 신체 없는 언론사인가, 댓글을 작성하고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비하는 사람들인가.‘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 더해 ‘여성’에 대한 심오한 편견을 장착하고, ‘여성+연예인’의 취약성을 ..
걸그룹 ‘에프엑스’의 전 멤버 설리가 지난 14일 안타깝게도 25세의 꽃다운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내게는 그의 극단적 선택이 같은 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임 발표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의 차이는 단지 직책과 생명의 차이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세대, 일상, 젠더의 차이였다. 어린 나이에 수년 동안 지독한 남성 악플에 시달려야 했던 가련한 삶. 데뷔 때부터 ‘에프엑스’의 음악을 좋아했고, 그의 당당함을 응원했다. 오랫동안 누리꾼의 악플에 시달려 극심한 우울증을 앓은 그의 고통을 알고 있었다. 여성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생각한 대로 당당하게 살고 싶은 것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할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보다 더한 시련이 있을까? 그는 그렇게 죽었다. 아니 가수이자 배우로서 ‘연예계’라는 잔인한 ..
“처음에 노브라 사진을 올리고 말들이 많았다. 이때 무서워하고 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외모 평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칭찬도 어쨌든 평가 아니냐.” (JTBC2 ) “2019년 4월 11일 낙태죄는 폐지된다. 영광스러운 날!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 (인스타그램)지난 14일 설리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진 직후부터 그가 남긴 치열한 분투의 기록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여성이라면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용기를 기억하자”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터져나왔다. ‘악플의 희생양이 된, 요절한 20대 여자 연예인’으로 설리의 삶을 축소할 수 없다는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다.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