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참석했다.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안희정 무죄” 소식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했고 동승한 여성들도 술렁거렸다. 이번 재판은 대단히 중요하다. 유력 인사의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권력형 성폭력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답’이기도 하고, 김지은씨가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다른 미투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위력(威力)에 대한 인식이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경험한 위력의 정도가 의사 표현을 불가능하게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여성을 포함해 많은 이들도 “피해자가 성인이고, 가해자 행동에 대해 자기주장을 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왜 그런 관계를 ‘유..
사법부가 정의를 세우지 않고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세웠다. 8월14일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 1심 선고는 피고인을 심판하지 않고 피해자를 심판한 부정의한 판결이다. 업무상 위력을 작동시키는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해석할 의지와 역량이 없음을 이번 판결은 보여준다. 페미니즘 대통령을 선언한 대한민국 정부에서 사법부가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수많은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건’이다. 재판부는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남녀” 간에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적자기결정권이 모두 국민에게 동일하게 주어지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일까? 노동권, 교육권, 참정권 등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실현되어 왔는가? 피해와 차별을 경험한 사람의 위치에서 권리가 실현되도록 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