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선언문 1조인 이 짧은 문장을 쓰면서 모든 사람이란 말을 반복해 되뇐다. ‘모든’에서 제외된 사람과 장소를 떠올린다. 인권을 거리와 농성장, 삶의 현장 곳곳에서 매일 외쳐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투, 청소년 참정권, 난민 혐오와 인종차별 반대,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반대,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 또 높은 굴뚝에 선 파인텍 노동자와 최근까지 청와대 앞에서 단식노숙했던 잡월드 노동자…. 인권을 말하기 위한, 지키기 위한 무수한 싸움은 칼바람 부는 12월에도 계속된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은 제정이 지연된 채 11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지난 11월엔 1심에서 2명의 피고인이 각각 10년과 8년을 선고받았..
그날은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었습니다. 27년 전, 고 김학순 할머니께서 강철보다 단단한 벽을 넘어 너무나도 어렵게 그러나 너무나도 당당하게 수많은 기자들이 모인 곳에서 자신의 경험을 밝힌 날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남성의 성욕이자 여성의 숙명으로 여겨져 피해자가 감추어야 할 정조에 관한 죄일 때, 가문의 수치이자 민족의 수치로 손가락질당할 때, 바로 그 일이 가부장제와 식민주의, 군사주의가 공모한 어마어마한 성폭력 범죄행위임을 낱낱이 전 세계에 알린 그날이었습니다. 가족과 공동체, 국가가 모두 외면하던 시절, 피해자가 생존자로 다시 활동가로 거듭나면서 수많은 다른 피해자들의 손을 잡기 시작한 그날, 전 세계를 돌며 ‘거리에서, 강연장에서, 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규명하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