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는 일주일씩의 시차를 두고 찾아왔다. 이주일 전, 갑자기 남편이 복통과 몸살에 시달렸다. 일주일 전 아이가 비슷한 증세를 보이더니, 일주일을 꼬박 앓았다. 지난 주말, 마침내 나에게도 오한과 복통이 찾아왔다. 왜 놀아주지 않냐며 성화인 아이로부터 누워 쉴 시간을 쟁취하는 동안 지난 2주간 나의 무심함이 빚어낸 풍경들이 보였다. 아픈 남편이 안쓰러운 한편, 병마로 상실된 남편의 노동력을 내가 메꿔야 하자 슬쩍 짜증이 치밀기도 했던 것, 아픈 아이가 떼쓰자 버럭댄 것. 그 순간이 한없이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아프니까. ‘누워 있는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른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국적을 가지고 태어난다. 건강한 나라와 병의 나라에 동시에 속한 시민으로서의 이중국적이다”라고..
벚꽃 잎이 난분분히 흩날리고 있다. 화사한 봄빛을 터트린 벚나무 아래에 모여 선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눈부시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아이들과 함께 다소곳하게 서 있는 앳된 선생님은 아이들만큼이나 순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 봄이 그렇게 사진 속에 있었다. 정유년 새해 첫날, 기억교실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몇이 반별로 찍은 단체 사진을 벽에 걸고 있었다. 의자에 올라선 아버지의 못질은 서툴렀고, 의자를 꼭 잡고 있는 어머니의 눈매는 매서웠다. 못이 단단히 박혔는지, 한쪽으로 기울지나 않았는지 한참 공을 들인 뒤에야 사진 하나가 걸렸다. 아이에게 떡국을 끓여줄 수도, 새해 덕담을 해줄 수도 없는 부모들은 사진을 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양 온 힘을 ..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100m 앞까지 다가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사건 진실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도 외쳤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시위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전국에서 촛불을 든 230만 시민이 유가족들의 든든한 원군이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한번도 못 온 곳인데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에 답변 한번도 없다. 그에 대한 사과, 꼭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수백일간 농성을 하고 집회를 열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