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8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과 행태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부실 대응과 사후 보고 시간 조작은 물론 비선 실세 최순실씨 개입까지 설마했던 일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때 박 전 대통령이 최초 보고받은 것은 구조의 ‘골든타임’(오전 10시17분)을 넘긴 오전 10시20분이었다. 그것도 안봉근 전 부속비서관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요청으로 관저 내 침실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부른 뒤에야 보고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 꽃다운 생명들이 스러져가는 시간에 대통령은 침실에 있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쉽게 믿을 수 있나. 보고를 받은 뒤 대응은 더 한심했다. 서둘러 집무실로 출근한 게 아니라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10시22분과 10시30분..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가 공개됐다. 탄핵 사유를 반박한 박 대통령의 논리라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 위반 혐의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뇌물죄와 강요죄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는 ‘검사의 의견’이나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은 일언반구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탄핵안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고 했다.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기 위해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궁금증 해소는커녕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국가 안보 실무 책임자로 대통령에게 24시간 보고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서면보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당시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한 탓에 집무실과 관저 두 곳에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서면보고를 올렸다고 진술했다. 중대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의 소재를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수령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반 기업의 말단 사원이라도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
세월호가 침몰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전속 미용사를 불러 90분간 머리를 손질했다는 보도가 그제 나왔다. 300명 넘는 목숨이 생사의 기로에 선 금쪽같은 시간을 올림머리 하느라 허비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오전 11시23분쯤 ‘315명의 미구조 인원들이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고, 미용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머리를 손질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전속 미용사가) 오후 3시20분쯤부터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물렀다”며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20여분”이라고 말했다. 기껏 해명한다는 게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이 90분이 아니라 20분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한 유명한 책의 서문을 빌려 지금의 대한민국을 나는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세월호라는 유령이.’ 지금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을 흔들고, 광장을 사람들로 메우고, 촛불과 횃불을 타오르게 만드는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전에 ‘세월호’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정식명칭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거듭 ‘세월호 7시간’을 추궁하고 있다. 매스컴도 연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한 해부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참사로부터 2년 반이 지난 현재, 왜 세월호는 자꾸 돌아오는가.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100m 앞까지 다가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사건 진실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도 외쳤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시위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전국에서 촛불을 든 230만 시민이 유가족들의 든든한 원군이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한번도 못 온 곳인데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에 답변 한번도 없다. 그에 대한 사과, 꼭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수백일간 농성을 하고 집회를 열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
손바닥만 한 화면에 코를 박은 채 히죽거리기를 얼마나 했을까. 정신을 문득 차려보니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흘끔거리며 쳐다본다. 민망함을 수습해볼 요량으로 쓸데없는 말을 건넸다. “(배우 지창욱이 최근 출연한 드라마) 보세요?”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반색하며 손을 모아 쥐었다. “대~박이죠. 도 보셨어요?” 안 그래도 지창욱에 ‘꽂혀’ 그의 전작을 밤마다 몰아 보고 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몇십분 전만 해도 “약속은 하고 오신 거냐”며 심드렁하게 묻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곰살맞게 변해 있었다. 심지어 서랍을 열고는 초코바까지 내놓았다. 취재원의 사무실에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애매하고 어색하던 상황은 순식간에 십년지기의 만남처럼 화기애애해졌다. 드라마..
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