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다른 이들이 다 미친 것인가? 어제 대통령의 일상으로 복귀 명령에 따라 오랜만에 애국하는 심정으로 극장에 들렀다. 메르스 여파로 극장은 한산했다. 텅 빈 객석에서 를 보고 나왔지만 계속해서 첫 장면에서의 주인공 독백이 자꾸만 머리에 맴돈다. 최근 마치 ‘닥터 둠’처럼 가는 곳마다 다가오는 대붕괴를 언급하면서 급진적 전환을 외치고 다니는 나도 주인공과 같은 독백을 하곤 한다. 영화에서의 황폐한 디스토피아 풍경처럼 대한민국의 대붕괴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단단해보였던 기존 압축성장 시대의 경제, 정치, 사회의 모든 틀이, 심지어 지구 자체가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메르스, 저성장, 기후변화 등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기존 문명의 작동불가능을 시사한다. 영화는 ..
혁명의 시대는 아니었으나 시절의 공기에는 혁명의 신열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었다. 군부정권이었지만 군부독재라고 부르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정권 타도’를 외쳤지만 정권이 정말 타도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시대였다. 몸에 밴 비장함은 영화 속 찰리 채플린의 기계적 움직임처럼 우스웠고, 저마다 비극의 주인공을 자처했지만 실은 소극의 주인공일 뿐이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내가 손석희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의 원형이 만들어진 것도 그 시기였다. 한 장의 사진이 특히 강렬했다. 푸른 수의를 입고 수갑과 포승에 묶인 채 법정에 들어서는 손석희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당시 MBC 파업의 도덕적 자신감을 이보다 잘 보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