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학기 말이 돌아왔고, 학생들이 제출한 논문들을 읽었다. 성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기술한 학생들이 있는 반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자료들을 출처 없이 그대로 짜깁기해서 제출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무조건 낙제점을 주는 것이 나의 방침이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베껴서 제출하지 말고 한 문단이라도 참고문헌을 읽고 자기 생각을 써서 제출하도록 반복해서 환기하지만, 마감시간이 임박하면 ‘표절의 유혹’에 빠지는 학생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 주가 이렇게 또 다른 표절에 대한 추억으로 끝나게 돼 씁쓸하다. 작가의 표절에 민감한 우리들이 자기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표절에 대해 무감한 까닭은 무엇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경숙 작..
당나라 시인 송지문(宋之門)의 시 에는 “해마다 꽃은 그대로건만, 해마다 사람은 달라지네(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라는 유명한 시구가 들어 있다. 이 구절은 본디 송지문의 사위 유희이(劉希夷)의 소작이었으나, 장인이 사위를 죽이고 시구를 편취해 자기 시에 넣었다는 말이 있다. 디드로의 소설 에서,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작곡가 필립 라모의 조카인 건달 작곡가 프랑수아 라모는 자기 삼촌의 작품이 자기 작품이었더라면 자신을 둘러쌀 영광을 오랫동안 몽상한다. 그리고는 가끔 자기 삼촌이 미발표 작품을 한두 편이라도 남겨놓고 죽기를 바란다. 앞의 이야기는 믿기 어려운 야사이고, 뒤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희화적 어조의 소설이지만, 두 이야기가 모두 창조의지와 표절의 욕망이 비극적이건 희극적이건 얼마..
‘신경숙 표절 논란’이 검찰 수사로 비화할 태세다. 서울중앙지검은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로 신경숙씨를 고발한 사건을 지식재산권·문화 관련 전담부서인 형사6부에 배당했다고 한다. 앞서 현 원장은 신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해 출판사 창비를 속이고 인세를 부당하게 받은 혐의가 있다며 고발했다. 우리는 문학의 문제를 문단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기도 전에 법적 공방으로 끌고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문학의 도덕성과 문학권력 등 사안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형사처벌 여부와 같은 비본질적 부분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씨의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씨는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다뤄져야 한다”며 검찰 수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작가 이응준씨가 제기한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우선 신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전설’ 외에도 상당수 다른 작품들 역시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와 등 신씨의 상당수 작품들 역시 표절이 분명하거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문단 내부의 시비에 그치지 않고 문단 밖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사회적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선 신씨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자신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상대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는 게 옳았다. 그러나 기왕의 표절 논란에도 명쾌한 설명 없이 넘어갔던 그는 이번에도 직접적인 입장표명 없이 출판사 창비를 통해 “ ‘우국’이라는 작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