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법이다. 거짓말을 감추려면 다른 거짓말을 더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악순환에 빠졌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를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낸 ‘소추 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이라는 의견서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대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고 그녀가 여러 기업을 경영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음”이라고 적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이 최씨에게 속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니 40년 지기인 최씨를 작년까지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고 있었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어이가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설립과 모금에 대한 세부지시를 받았다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일단락됐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증인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은 공개된 청문회장에 끝내 나서지 않는 등 시민 우롱으로 일관했다. 어제 국정조사특위는 19년 만에 구치소 현장 청문회를 했다. 최씨는 청문회장까지 나오기를 거부했고, 의원들은 수감동을 찾아가 비공개 신문을 했다. 검찰 출두 당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던 최씨는 이날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속 짜증을 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의에 최씨는 “모른다”고 잡아뗐고,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서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 의혹에는 “딸은 이화여대에 정..
‘간첩이 틀림없어. 평일 아침에 흙 묻은 등산화를 신고, 허름한 배낭을 멨다. 게다가 버스비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분명 간첩이야. 저걸 어떻게 신고하지? 가다가 파출소 앞에 차를 세워야겠다.’ 1970년대가 아니었다. 1987년 민주화항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86년이었다. 나는 초등학생도 아니었다. 군대까지 다녀온 스물아홉 먹은 멀쩡한(?) 청년, 게다가 버스 운전사였다. 그런데 아침에 내가 모는 삼화교통 333번 버스에, 어릴 적 반공 세뇌 교육으로 배운 그런 간첩 행색의 남자가 탔다. 나는 룸미러로 그자를 훔쳐보면서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파출소에 버스를 대고 얼른 뛰어가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이 와서 조사해 보니 간첩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었다. 부끄러웠다. 이렇게 부끄러운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요..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가 공개됐다. 탄핵 사유를 반박한 박 대통령의 논리라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 위반 혐의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뇌물죄와 강요죄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는 ‘검사의 의견’이나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은 일언반구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탄핵안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고 했다.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최순실 일당’에 대한 공소장에 등장하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0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이미 대통령이 10대 그룹을 만나고 안종범 전 수석이 전경련과 300억원 규모로 출연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실무적으로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고 회의를 했을 뿐”이라며 “재단 규모나 참여 기업 결정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공소장을 보면 그의 해명대로 최 차관 이름은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지난해 10월21~24일 열린 실무 회의 부분에만 나온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최 차관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지휘를 받는 위치에 있었다. 실무 회의에서 최 차관은 “10월 말로 예정된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에 맞춰 3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
검찰이 어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형사범죄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도 초유의 일인데 사법체계마저 거부하다니 충격적이다. 국가적 비극이자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부영그룹 최고위층이 지난 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장악한 K스포츠재단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재단 관계자가 “부영에서 체육인재 육성사업 5개 중 1개에 대한 시설 건립과 운영지원을 부탁한다. 70억~80억원 정도”라고 주문하자 이중근 부영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다만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권력과 금력의 노골적이고 추악한 유착의 현장을 이토록 생생하게 보여주는 광경이 또 있을까 싶다. 최씨 측의 안하무인식 지원 요청이나 그 대가로 세무조사를 없던 일로 해달라는 이 회장의 발상은 개발독재 시절을 연상케 한다. 최씨가 ‘조건이 있..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지명하는 등 개각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개각에는 대통령이 사실상 2선 후퇴의 뜻을 담은 것”이라며 김 지명자가 내치를 맡고, 박 대통령은 외치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 3당은 한목소리로 개각 철회를 요구했고, 여당 내에서조차 일방적 개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국정이 멈춰 있다. 충격적인 사실이 끝없이 드러나면서 정부 부처들까지 일손을 놓고 있다. 북한 핵개발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