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문화예술인과 판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운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처지는 확연히 다르다. 김 전 실장은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양 대법원장은 임기가 끝나가지만 여전히 3부 요인인 사법부 수장이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해야 된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강경했다. 그는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열어 조사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사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라고 해서 일반 공무원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와 특별히 다르지 않을 텐데 왜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
최근 판사들의 학술활동에 대한 부당 견제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전국의 상당수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렸다. 판사들은 책임규명과 의혹해소 등 후속조치, 사법부 제도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라고 결의했다. 결국 지난 17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각급 법원에서 선정된 법관들이 함께 모여 현안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점과 개선책을 진술하고 심도 있게 토론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면서 “법원행정처도 필요한 범위에서 이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부장판사 기고]전국법관대표회의는 왜 필요한가(온라인용 긴 글) 현재 우리 사법부에는 자율적인 전국 단위 판사 회의체가 없다. 이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판사회의는 ..
대법원의 판사 탄압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주 양승태 대법원장은 신임법관 임관식에서 말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한 사회의 종말이 시작되는 징표’라고 한 오노레 드 발자크의 말은 법관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됨을 갈파한 경구로서, 우리 모두 이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젊은 법관 107명이 처음 법복을 입고 들은 ‘대법원장님 말씀’은 과연 사실일까. 이 말은 발자크의 소설 에 나오는 구절이다. 전체 문장은 이렇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한 사회의 종말이 시작되는 징표입니다. 사법부의 현재 관행을 때려 부수고 다른 바탕 위에 새롭게 지으십시오. 하지만 사법부 신뢰를 멈추진 마십시오.’ 현실 사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냉소가 섞인 문장이라고 한다. 파리8대학에..
대법원이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자료 등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박근혜 게이트에 버금가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판사들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김모 전 심의관 컴퓨터에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을 정리한 일종의 사찰 파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찰 파일에 관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원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 발령 2시간 만에 행정처에서 인사조치당한 ㄱ판사는 이 파일 관리 업무도 맡으라고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블랙리스트는 과거에도 설이 무성했다. 게시판 글이나 판결 등을 분석해 법관 인사나 연수자 선발 때 활용한다는 것이다. ..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 등 법관들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명시한 헌법을 정면 부정하는, 헌법 질서 문란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감이다.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이 신문사 사장을 지낸 조한규씨는 어제 열린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을 사찰한 내용”이라며 문건을 특위에 제출했다. 2014년 1월6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은 ‘대외비’라고 표시가 돼 있다. 문건에는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이라는 제목으로 양 대법원장의 동향과,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