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뇌를 사고와 지능과 종종 연관 짓는다. “머리가 나쁘다”는 표현은 지적 능력이 낮다는 의미로 쓰이며, “머리를 쓴다”는 표현은 뭔가를 외우거나, 어려운 것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사용한다. 감정이 심장이나 몸의 다른 부위에 있다고 여겨진 적은 있었지만, 이성이 뇌가 아닌 다른 기관에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던 적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뇌는 이성적이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도록 진보해 온 기관’이라고 오해되기도 한다. ■ 신경계가 생겨난 이유 신경계는 움직임을 돕기 위해서 존재한다. 생명체가 살아가려면 나에게 해로운 것(예: 천적)은 피하고, 내 생존에 유익한 것(예: 먹이)은 획득해야 한다. 움직이면 주위 환경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생물은 해로운 것이 나타날지, 유익한 것이 나타날..
“스스로 자(自) 자의 기원이 뭔지 아세요?” 영문학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좌중이 일순 조용해졌다. 영문학자는 자기 코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입니다, 바로 이 코.” 믿기지 않았다. 모임의 뒤풀이, 농담이 오가는 자리여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나는 한쪽 귀로 흘리고 말았다. 다음 날 한자의 기원과 관련된 책을 뒤적이다가 간밤의 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가 맞았다. 자(自)의 갑골문 자형은 사람의 코를 본뜬 것이었다. 중국인은 자신을 가리킬 때 손으로 자기 코를 가리킨다고 한다. 뒤풀이 자리에서 영문학자는 말했다. “얼굴 중에서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코 하나밖에 없습니다.” 압권은 그 다음이었다. “문제는 자기 코가 잘 안 보인다는 겁니다.” 전날 밤 그랬듯이 내 두 눈은 내 콧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