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었다. 지목된 이는 다른 성폭력·살해 사건으로 교도소에 이미 수감된 사람이다. 10명이라는 피해자 숫자와 불특정성, 살인 수법의 잔인성 등으로 당대에 드리운 공포와 불안의 그림자가 짙었고 ‘미제(未濟)’가 남긴 사회적 트라우마 또한 깊었던 사건이기에 반가움과 안도감, 새삼스러운 공분, 한편으로 제기되는 의구심 등 다양한 감정이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세간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먼저 ‘그는 누구인가’류다. 내성적 성향을 지닌 모범수’로 알고 있던 범인은 사실 알고 보면 타인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을 지닌 ‘희대의 살인마’다. 겉으로는 순하지만 참을 수 없는 폭력적 ‘충동’을 지닌 ‘그 놈’은 ‘성도착증 환자’이기도 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통제 ..
김민아의 후 스토리 ⑨ ‘불법촬영’에 분노하는 여성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띄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주머니나 가방 속에 송곳을 넣어 다닌다면, 아니 다녀야 한다면 어떨까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등을 보면 송곳이나 옷핀, 실리콘이나 스티커, 퍼티(속칭 빠데·아교풀)를 갖고 다닌다는 이들이 눈에 띕니다. 불법촬영(몰카) 공포 때문이죠. 화장실 벽에 구멍이나 틈새가 있으면 송곳·옷핀으로 찔러봐 렌즈를 깨버리거나, 실리콘·스티커·퍼티로 틀어막기 위해서랍니다. ‘몰카’는 더 이상 이경규씨의 출세작 ‘몰래카메라’가 아닙니다.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범죄입니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고 본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짤막한 사과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탁현민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도 비판적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어떤 조치가 취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탁씨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민주당 여성의원들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계에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탁씨에 대한 반대를 그저 딴지걸기, ‘문재인 정부 흔들기’로 매도해선 안 된다. 반대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문화는 파시즘이다. 탁씨를 비판하는 이들 다수는 문 대통령과 새 정부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 사회의 진일보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청와대가 성평등에 역행하는 인사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 정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이 사회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자주 접하는 단어는 ‘여성혐오’ ‘표현의 자유’ ‘검열’ 등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른 그림 ‘더러운 잠’이나 DJ DOC의 ‘수취인 분명’도 비슷한 논란 구조를 가졌다.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검열 아니냐?’는 반응이 그것이다. 이런 논란 구조와 논의 방식은 ‘표현의 자유’와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마치 공존 불가능한 이항대립처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리다는 결론을 요구한다. 여성혐오라는 문제제기를 곧바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한다.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다. 여성들의 문제제기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서 그른 것은 삭제..
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