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부대를 운영한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19일 새벽 구속됐다. 원세훈 원장 시절인 2010~2012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하도록 하고 수십억원의 활동비를 지급한 혐의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검찰 수사에서 구속을 면했지만 4년 만의 재수사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때 광범위하게 진행된 추악한 여론 공작 실태는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엔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작업을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증거가 담긴 군 내부 문건이 새롭게 공개됐다. 국방부 2급 비밀문서인 ‘2012 사이버 심리전 작전 지침’이란 문건에는 ‘총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30일 법정 구속됐다. 당초 2심의 징역 3년형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정치·선거에 관여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였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직무 영역에서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국정원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나 국정원은 막대한 예산과 광범위한 조직을 거느린 핵심 정보 기관이다.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진..
불법 정치관여, 대선개입 혐의를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서울중앙지법이 ‘정치행위는 유죄, 선거개입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의 안대를 벗기고 양손에 든 칼과 정의의 저울을 내팽개치는 참으로 희한하고도 코미디 같은 판결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안보 수호와 국익 증진을 위해 일해야 할 정보기관이 독재에 앞장서고 국민을 탄압하던 태생적 추잡함과 권력욕의 달콤함을 끊지 못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행한 행위는 박근혜 후보를 두둔하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여기저기 퍼뜨리는 것이었다.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국정원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PC방 폐인들처럼 몰래 야당 후보를 음해하는 글들을 쓰고 앉아 있었다는 것은 정보기관은 물론 대한민국..
지당한 언설을 늘어놓는 일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하지만 상식이 외면받는 시대엔 어쩔 수 없다. 진부한 당위라도 재론해야 한다.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면 항소하는 게 상식이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검찰이 상식과 다른 태도를 보이는 모양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에 대해 항소 여부를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반면 환호작약해도 모자랄 원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무죄를 받겠다”며 일찌감치 항소장을 제출했다. 누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고, 어디가 범죄를 처벌하는 곳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지난 11일 ‘원세훈 대선개입 무죄’ 판결이 내려진 후 검찰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시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역사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 제1조는 규정하고 있지만, 건국 이후 오랜 기간 이 규정은 독재자들의 칼날 앞에 무력했다. 독재자의 하수인으로 그 칼자루를 들고 설친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정보기관이었다. 중앙정보부를 필두로 이름만 바꾸어온 이 정보기관은 선거 때마다 정치공작을 감행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했다. 민주화의 성과로 이런 범죄행위는 사라진 듯했으나 2012년 국정원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에 맞는 역사적 사건을 일으켰다. 지난주 목요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국정원 댓글사건의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여러 범죄사실을 증거불충분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04쪽이..
현직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에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2012년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한다”며 이번 판결을 ‘궤변’으로 규정했다. ‘정치관여는 했지만 선거개입은 안 했다’는 모순적 판결이 법원 내부에서조차 비판받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 사법의 슬픈 현주소다. 우리는 원 전 원장에 대한 판결을 두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 밝힌 바 있다. 김 부장판사의 비판 역시 일반인과 동떨어진 어려운 법이론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