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유명해진 인도네시아의 ‘롬복’이라는 섬이 있다. 잦은 지진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시인인 친구가 정착하여 살고 있다. 친구의 안부가 궁금할 때마다 시인인 그의 등단작인 ‘환승입니다’가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 원자력 분야도 ‘환승’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수립했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산업 보완대책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원전 해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의 계속 운전 여부는 경제성, 안전성, 전력 수급, 국민 의견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영구정지가 결정되면 해체 과정을 밟는다. ‘..
며칠 전 가까운 교수 한 분이 재미난 그림 하나를 보여줬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란 제목의 그림이었다. “앞으로 35년 우리의 생활은 얼마나 달라질까”란 부제를 달고 있었다. 1965년이라면 필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런데 그 그림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집, 전파신문(오늘날 전자신문), 컴퓨터, 전기자동차, 움직이는 도로(요즘의 무빙워크), 소형 TV 전화기(영상통화 가능한 휴대전화), 청소 도우미 로봇, 원격진료, 원격학습 등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기기와 설비, 서비스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단 하나 지금과 다른 건 로켓을 타고 달나라로 수학여행 가는 상상뿐이었다. 만화가인 이정문 화백이 어떻게 그렇게나 미래를 잘 맞힌 그림을 그..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영국에서는 원전의 단가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실시된 입찰에서 지금 한창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공급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해상풍력 건설 사업 11건을 승인했다. 그중 2022~2023년부터 운영할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경우 ㎿h(메가와트시)당 58파운드(약 8만7000원)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건설 중인 신규 원전(힝클리 포인트 C)의 공급가격(92.50파운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 획기적인 입찰 결과 소식에 영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약정공급가격이 2012년 이후 5년도 채 안되는 사이 3분의 1 수준으..
주식투자의 위험관리상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말과 유사하게 에너지 소비에도 ‘에너지믹스’라는 원칙이 있다. 한 나라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어느 하나로 하지 말고 여러 개로 하라는 의미다. 물론 석유가 지천인 나라는 석유로 자동차를 굴리고 난방이나 취사도 하고 심지어 발전도 할 수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그렇게 했다가 유가가 폭등하거나 석유 수입에 애로가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는 차치하고 나라 전체가 결딴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에너지믹스’의 원칙을 준수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에 다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는 난방에너지를 석유와 가스에서 전기(시스템 냉난방기)로..
6년 전 3월11일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다.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의 외벽이 무너지고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충격적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7등급으로 규정했다. 국가를 넘어 광범위한 지역으로 방사능 피해를 주는 대량의 방사성물질을 방출시킨 사고라는 의미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후쿠시마 이전의 유일한 7등급 사고였다. 최고등급 원자력 사고의 상흔은 깊다. 도쿄전력은 지난 2월9일, 후쿠시마 원전 2호기 내부의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650시버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이 피폭될 경우 수십초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치이다...
서울행정법원이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환경·시민단체 80곳과 원전 근처 주민 등 2100여명의 국민소송단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수명연장 무효 소송에서 국민소송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5년 2월27일 원안위가 수백만 시민의 안전을 경시한 채 기습 표결 처리한 지 2년 만의 사필귀정이다. 재판부는 운영변경 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운영변경 허가를 과장 전결로 처리한 점, 결격사유가 있는 원안위 멤버가 두 명이나 의결에 참여한 점, 월성 2호기에 적용한 캐나다의 최신 안전기준을 1호기에는 적용하지 않은 점 등을 취소 사유로 모두 인정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확인했듯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돌이..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2017년!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이 있은 지 꼬박 30년이 지난 시점이다. 올해에는 기필코 우리 사회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차고 넘친다. 10월29일부터 토요일마다 열린 촛불집회 참여시민 수가 2016년 마지막 날에 있었던 열 번째 집회에서 연인원 1000만명을 찍었다. 적폐를 일소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큰 상태인 거다. 어둠을 밀고 나오는 새벽을 알리는 닭처럼, 닭의 해인 2017년도 우리의 역사에서 그런 해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적폐 중 하나는 ‘원전(정확히는 핵발전)’ 문제다. 작년 12월20일에 1400㎿의 신고리 3호기가 1년간의 시운전을 거쳐 상업운전에 들어감으로써 이제 우리나라에는 25기..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영화 가 상영되고 있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진흙으로 만든 최초의 여성인데 인간을 벌하기 위해 제우스가 만들었다고 한다. 호기심을 못 이긴 판도라에 의해 온갖 불행이 갇혀 있던 상자가 열려서 온 인류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라는 영화의 제목이 주는 의미는 원전 자체가 인간에게 불행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는 결과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원전 사고는 ‘노후 원전에 지진 발생→밸브 등 중요 기기의 손상→냉각 불능→노심용융발생→발생 수소의 폭발로 격납건물의 폭발→대형 방사능 누출 사고’ 순으로 일어난다. 이런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졸속 보수공사를 바탕으로 결정된 계속 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