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참 무덥고 비도 많이 내렸다.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날씨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더워서 어디 살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는데, 이번 더위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닐 것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4년 여름 나는 군대에서 일병을 달고 있었는데 그해도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내부반이 서쪽 건물 벽에 붙어 있어 지는 해의 열을 받아 밤새 후끈거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들 혀를 내둘렀지만 그걸 가지고 기후변화를 운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여름을 보내면서 사람들의 머리는 이 더위를 지구온난화와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듯하다. 그만큼 지구온난화는 지난 십수 년간 조금씩 확실하게 진행되어 이제 피부로 인지할 수준까지 됐다는 이야기다. 내..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은 기후변화에도 의미 있는 해였다. 온실효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같은 용어가 그해 본격적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해 6월23일, 기후변화의 새 역사가 쓰였다. 40대 후반의 한 과학자가 그날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역사적인 증언을 했다.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에 의해 강화된다고 99% 확신할 수 있다.” 그의 증언은 이튿날 ‘지구온난화는 시작됐다’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 1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기후변화가 언론에 처음 대서특필된 순간이었다. 향후 가열되는 기후변화 논쟁의 예고탄이기도 했지만. 그날의 주인공은 훗날 ‘기후변화 선지자’로 불린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 제임스 핸슨 박사였다. 당시 핸슨 박사가 말한 핵심은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