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반도에 불어닥친 유례없는 폭염은 많은 서민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올해만 유독 불거진 이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최근 5년 동안 매년 한반도 사상 최고기온이 경신되고 있고 최악의 더위는 여름철 늘 있는 대책 없는 단골뉴스가 되는 등 고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이러한 기온 상승은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폭염은 여름철 며칠만 피하면 괜찮은 것이 아닌 다수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여름 내내 지속되는 자연재해가 된 것이다. 재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쏟아내는 대응은 임기응변의 세금 투입 일색으로, 주변 전체를 생각한다면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는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며, 근본적 ..
일요일 오후, 쇼핑센터의 거대한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기는 어려웠다. 겨우 한 자리를 발견하고 진입하려는데 근처의 주차요원이 방해가 됐다. 손짓을 해도 알아듣지 못해 창문을 내리고 목청을 높이자 그가 내 차 쪽으로 다가왔는데 모습이 심상찮았다. 20대 안팎으로 보이는 청년의 다리는 풀린 듯 휘청거렸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눈동자마저 풀린 듯했다. 차문을 열고 발을 내디딘 순간, 훅 덮쳐오는 뜨겁고 매캐한 열기. 나는 그의 약간 얼빠진 모습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매장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빨라졌지만 발길을 되돌려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고, 또한 무슨 말을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만, 그냥 못 본 체하며 지나가기가 힘들어서였다. “2시간 일하고 1시간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