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다. 문 대통령은 “그간의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일부가 과점적인 이익을 누리고 혁신적인 참가자들의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핀테크 산업 발전상에 대한 경험담까지 보태면서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견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의 금융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시도’라거나 ‘대선공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먼저 은..
박근혜 정권이 벌인 ‘관제 데모’ 실상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재벌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자금을 대고, 극우단체가 움직이는 구조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는 집회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이 이런 식으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공작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 아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극우단체에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전경련은 극우단체에 차명으로 돈을 보냈다.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블랙리스트’를 만..
재벌개혁과 의료개혁은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우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 그리고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관계가 거의 흡사하다. 불공정한 재벌경제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경제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소규모 골목 상권을 침탈해서 빵, 맥주, 두부, 콩나물까지 팔고 있는 지경이다. 대형병원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10년 동안에 대형병원 수입에서 외래진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동네의원에서도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경증 외래환자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대형병원이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의 43개 대형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해서, 다른 의료기관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더 높은 수가를 주는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금수저인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은 닮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한 줌도 안되는 지분으로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지지율 4%에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새누리당과 정치권을 쥐락펴락한다. 이정현 같은 친박계 의원들을 내세워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새누리당을 통해 입법·행정·사법부 관료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재벌 총수들은 더 심하다. 지분율이 1%도 안되지만 순환출자를 이용해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에버랜드 대주주로 등극한 뒤 에버랜드 보유 지분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을 지배했다. 형제자매와 연을 끊고 산다는 점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 동생 지만씨는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는 말로 누나와의 관계를 표현했다. ‘진한..
중국에 불파불입(不破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파괴가 없으면 새로운 건설도 없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촛불혁명은 구체제에 균열을 내는 데 성공했다. 불립불파(不立不破)라는 말도 있다. 건설이 없으면 파괴도 없다는 뜻이다. 구체제에 균열을 내어도 새 체제 건설에 실패하면 죽 쒀서 개 주는 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탄핵 결정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음의 질문을 서둘러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체제를 건설할 수 있는가? 여러 측면에서 말기적 증상을 보이는 소위 ‘87년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전환시키는 길은 무엇인가? 87년 체제는 1987년 헌법을 제도적 기초로 하기 때문에 개헌이 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안이 체제전환은 차치하고라도 정..
대통령은 거짓의 가면을 쓰고 ‘망국의 춤’을 췄다. 비선 실세와 문고리 3인방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정책이 아닌 ‘기업 목조르기’를 설계했다. 일부 고위 관료들은 권력놀음에 취해 ‘최순실 부역자’를 자처했다. 재벌은 부패한 정권에 뒷돈을 대며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런 지난 4년은 야만의 시절이었다. 박근혜는 거짓으로 무너졌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부터 거짓이었다. 경제민주화는 취임 6개월도 안돼 폐기됐다. 기초연금·반값 등록금·4대 중증질환 100% 보장 등 복지공약은 파기 또는 축소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틈만 나면 규제완화를 주술처럼 외쳐댔다. “규제는 암덩어리다. 단두대에 올려 규제 혁명을 ..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은 한국 재벌사에도 인상적인 해다. 100년 역사의 재계 판도가 뒤집힌 날이기도 하다. 서열 1위인 현대그룹이 이른바 ‘왕자의 난’을 거치며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인 경영권 분쟁은 재벌의 숨겨진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자회견장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서울 계동 사옥 본관 문을 걸어 잠근 채 상대방 진영의 출입을 차단한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한 편의 코미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필 서명을 둘러싼 위·변조 논란도 여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수십조원의 판돈이 걸린 경영권 분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권력의 세계와 다를 게 없다. 승자독식 구조라는 속성을 감안하면 당대에 끝나는 싸움도 아니다. 어디 현대그룹뿐이랴. 형제간에 우애가 좋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