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도 수만명의 조문객이 고인의 삶을 되새기며 애도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직장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줄지어 선 풍경은 그가 얼마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추모 열기는 전국의 36곳 분향소를 넘어 베이징,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한인사회에도 이어졌다. 손편지·방명록·포스트잇·홈페이지를 통한 추모 메시지가 넘쳐나고, 정의당에는 당원 가입과 후원금 납부가 급증했다고 한다. 고인을 애도한 5일 동안 시민들은 정치인 노회찬의 삶과 꿈을 되새기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빈소와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혼자만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하다” “노회찬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어제 고조되는 북핵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긴급 제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고, 6자·4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재개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들의 전면적 쇄신도 요구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다른 야당들과 달리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야당의 모습이다. 이 대표가 “강대강 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감한 대화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한 것은 현실을 정확히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원칙도 전략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7월 차기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지난 주말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 “지금이야말로 우리 당의 새로운 지도력을 발굴하고 그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시기”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간 우리 당이 워낙 생존에 허덕이고 제도적 제약 때문에 유능한 잠재적 리더들이 성장하지 못한 현실에 큰 책임감을 가져왔다”고 했다. 심 대표는 5·9 대선에서 정의당 후보로 완주, 6.1%를 득표했다. 역대 진보정당 대선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율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진보적 가치와 정책들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있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에서 정의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8..
뉴딜 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친(親)노동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이었던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의 편에 섰다. 대기업의 독점을 용납하지 않았고,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했다. 보수세력과 자본가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될 만했다. 루스벨트는 1933년 첫 취임 연설에서 밝힌 대로 “돈과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헌신해야 경제 재건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른바 ‘와그너법(Wagner Act)’을 제정해 노조결성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했다. 노동시간을 규제했고, 아동노동을 금지했다. 뉴질랜드가 1894년 처음 도입한 최저임금제를 미국 노동시장에 착근(着根)시킨 것도 루스벨트였다. 그는 1938년 ..
한국은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정치체제이다. 이념과 노선 차이는 별로 없으면서 격렬한 대결 정치를 하는 현상도 상당 부분 양당체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양당체제는 중도를 지향하는 경향을 띠는 정당 체계라고 한다. 이런 체제에서 정치 지형은 보수화되고 소수자, 배제된 자,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잘 대표되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냉소주의, 정치참여 부재, 정당의 대표성과 책임성 약화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한국 정치의 불건강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색깔을 지닌 제3의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최소한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하는 진보정당이 존재한다면 기성 정당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발언권을 지닌 진보정당은 정책 경쟁을 유도하고 시민들의 삶을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