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박근혜’ 하나로 돌리면서 우리의 정치의식은 또 후퇴하고 있었다. 단 하나의 예만 들어보자. 밀양의 송전탑이 박근혜의 작품인가, 또 박근혜 아닌 전임정부들은 정말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았을까? 김대중은, 노무현은? 그렇다면 농민시위에서 경찰에 맞아죽은 농부는, 태안반도는 어찌 가능했을까? 이명박 정부하에서 우리는 전임 정부와의 연속성에 대해 자각하게 됐다. 괴물정부 하나의 존재에 분노하면서, 그들이 하는 수많은 일들이 전임정부에서 결정되고 후임 이명박 정부에서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명박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은 그 이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반민주성을 비판하는 것과 같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렇고, 제주 해군기지가 그렇고 정보통신법이 그렇고 자본 통상법이 그렇고..
그 열망과 성실이 사랑 아니면 뭘까? 두근거리며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다음번엔 어떻게 만나게 될까 또 기대에 부풀고, 피곤해도 또 달려 나갔다. 함께 노래하고 웃고 함성을 외치고, 잘못 될까 염려하고, 혹 너무 추울까 바람 불어 꺼질까 걱정하고, 금이야 옥이야, 일상에 찌들면서도 마음은 거기 있었다. 촛불의 광장과 사람들 말이다. ‘혼밥’ 하는 각자도생, 열정 없는 쳇바퀴 같은 일상. 촛불항쟁은 불연속의 시간이자 장삼이사·‘개·돼지’들의 지성과 힘으로 역사가 진짜 변하고, 순간이 영겁이 되는 시간이었다. 스물 세 번의 촛불집회를 기억하고 1주년을 기념하고 싶다. 폭발적으로 군중이 늘어났던 11월12일, 청와대 앞길을 꽉 채우고 전국에서 200만명이 넘게 모였던 12월3일, ‘송박영신’ 12월31일의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