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15일 포항 북구 흥해에서 진도 5.4 지진이 발생했다. 세상사 ‘절대’라는 건 없다지만 설마설마했다. 낯익은 고향 도로, 밤낮으로 내달렸던 골목길이 산산이 부서졌다. 고향집은 진앙 반대쪽이라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늙은 부모는 “야야, 내 평생 여서(여기서) 이런 난리는 처음 본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어떻게든 고향 안부라도 듣기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일하는 선배를 찾았다. 두툼한 외투 한 벌만 급히 챙겨 포항행 KTX를 탄 선배나 속만 타들어가는 나나 얼마를 더 뒤척여야 낯선 공포에서 헤어날지 가늠조차 어려웠다. 좀 수습됐나요, 이재민들은 괜찮나요. 미안한 질문과 지친 답변이 꽤 오래 이어졌다. 이재민 대피, 수능 연기, 자원봉사자 배정, 특별재난구역 선포…. 겨우 진정 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포항은 물론이고 서울과 강원도는 물론 제주도 지역까지 감지됐다. 전국 곳곳에서 건물의 흔들림이 느껴지는 등 지난해 경주지진(15㎞·5.8)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진원(9㎞)이 더 얕아 체감 위력은 더 컸다. 수능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강진은 크고 작은 여진을 낳았다. 교육부는 결국 16일 시행할 예정이던 수능을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했다.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수능을 연기한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남의 일로 치부되던 지진이 어느덧 전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일부 학교의 시설이 파손돼 학생 안전이 우려되고, 시험시행의 형평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게 교..